|
cbb뱅크가 조앤 김 행장에게 이례적으로 5년 장기계약을 ‘선물’함으로써 한인은행가가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cbb뱅크는 지난 2011년 4월 영입한 조앤 김 행장의 임기를 4월 19일자로 종료시키고 4월 20일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5년 계약을 체결했다.
cbb뱅크의 이사회는 김 행장이 지난 3년 동안 좋은 실적을 올려 주주의 이익을 실현했고, 은행의 가치를 올린 공로로 한인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5년 계약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순한 이사장은 “지난 3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김 행장이 은행의 발전을 잘 이끌 것으로 믿는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cbb뱅크의 자산규모는 김 행장 취임 이후 2013년말 기준 5억7천15만여달러로 불어나 취임 직전 년도인 2010년의 4억2천849만달러에 비해 33%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예대출 규모와 순익 또한 크게 늘었다. 하지만 cbb뱅크 뿐 아니라 한인은행권이 전반적으로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자산을 비롯한 실적개선이 이뤄졌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cbb뱅크만이 특정 행장의 특별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으로 좋은 성적을 이룬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적 향상만으로 얘기하면 임기 연장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그 기간이 무려 5년씩 주어질 만큼 각별하게 탁월했느냐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5년 계약의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이 유례없이 급성장하던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시절에도 행장의 5년 계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cbb뱅크가 조앤 김 행장을 영입하기 전 창립행장이던 최운화씨(현 유니티 은행장)를 재계약 합의 상황에서 전격 퇴진시킨 사실과 비교하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최 행장은 창립행장겸 이사로서 cbb뱅크 이전 커먼웰스비즈니스 뱅크의 기반을 닦고 어떤 은행보다 건실한 구조적인 기틀을 다진 인물이었다. 모든 한인은행이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던 2010년만해도 최 행장의 커먼웰스뱅크는 규모(27만달러)는 미미하지만 유일하게 순익을 기록하는 실적을 보였다. 그같은 실적에서 느긋하게 재계약을 기다리던 최 행장은 석연찮은 이유로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해고되다시피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불과 2주만에 조앤 김 행장이 영입됐음은 주지의 일이다. 윌셔은행장으로서 9천만달러가 넘는 부실대출의 책임을 진 김 행장을 영입하고 유일하게 순익을 낸 행장을 내친 커먼웰스 뱅크 이사진의 결정은 지금껏 그 이유가 오리무중이다. 다만 현 박순한 이사장과 조앤 김 행장의 친밀도에서 그 단서를 찾을 뿐이다. 한마디로 cbb뱅크의 이사진은 실적이나 능력 보다 친분관계와 조직내 정치력을 행장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민간은행의 행장 계약에 관한 권한은 오롯이 해당 은행 이사진에 있어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용위기 사태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 회생한 은행이라면 그 경영의 실체와 방향은 공적인 책임 아래 여론의 감시를 받아 마땅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cbb뱅크를 맡은 이후 실적 등을 고려하면 조앤 김 행장의 장기 계약으로 중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일부에선 행장직을 맡을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인은행권의 현실을 감안, cbb가 장기계약으로 묶어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렇다해도 장기계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은행과 이사회의 관계가 긴 세월 동안 우호적으로 이어질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다 그로 인해 행장을 도중 하차시킬 경우 그 폐해는 은행과 주주들이 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행장들이 많았던 점은 바로 은행에서 문제점이 나올 때 그 책임이 행장에게 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계약으로 신분이 보장된 은행장이 혁신과 도전 보다 보신과 안전제일주의로 관성에 빠질 위험도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황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