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트러플” 미쉐린 셰프들이 주목한 감태

충남·전남 청정 갯벌서 겨울 한정 채취
칼슘 풍부…수면 질 개선 기능성 인정

 

“화이트 트러플 같은 향이 난다.”

호주를 대표하는 유명 셰프 피터 길모어가 이같이 표현한 한국 식재료는 바로 ‘감태’(사진)다. 그는 2019년 감태의 주 생산지 충남 서산을 방문해 감태의 뛰어난 맛을 극찬했다.

우리나라 감태가 글로벌 미식 시장에서 새로운 고급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트러플(서양 송로버섯), 캐비어(철갑상어 알), 사프란(고급 향신료)과 같은 고급 식재료처럼 파인 다이닝(고급 음식점)에서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모양도 화려해졌다. 해외에선 각종 소스와 결합하며 한식과 퓨전요리, 양식 메뉴에 등장한다.

미국 매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감태에 대해 “미쉐린 스타 셰프들에게 인기”라며 “바다의 향과 버섯의 풍미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감태를 “새로운 트러플”이라고 표현했다.

감태가 주목받는 현상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전통 식재료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한식당 ‘아토믹스(Atomix)’나 런던의 ‘솔잎(sollip)’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고급 한식당이 늘어나며 감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식재료 발견을 원하는 셰프들은 글로벌 미식 트렌드가 된 한식의 식재료 중 신비스러운 초록빛과 감칠맛을 가진 감태에 매료되고 있다.

감태는 트러플처럼 감칠맛이 뛰어나다. 요리에 첨가하면 풍미를 올리는 힘이 있다. 쌉싸래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을 남긴다. 식감은 김보다 부드럽다.

이대건 페어몬트 서울 호텔 총괄 셰프는 “얇고 섬세한 결이 살아있는 감태는 시각적으로도 매력이 있어 고급 메뉴에 활용하기 좋다”며 “살짝 특유의 쓴맛이 있는데, 이를 잘 이용하면 감칠맛을 살리면서 복합적인 맛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비싼 편이다. 트러플처럼 양식이 어려워서다. 감태는 충남 서산과 전남 함평 등 서해안의 ‘청정 갯벌’에서 자란다. 100% 자연산이다. 게다가 추운 겨울인 12~3월에만 손으로 채취해야 한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보관과 유통도 쉽지 않다.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해 냉동 보관이 필수다. 직사광선을 받거나 온도가 높으면 맛이 변한다.

감태는 영양도 우수하다.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칼슘이 많다. 중년층의 뼈 건강에도 도움 되는 식품이다.

주목할 만한 효능으로는 ‘숙면’과 관련된 기능을 꼽을 수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감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의 질 개선’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다. 2015년 국내 한 업체는 감태 추출물에 대해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신체와 정신건강 유지에 수면이 강조되면서 최근 숙면은 글로벌 웰빙 시장의 핫한 키워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의 감태 활용법이 다채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고기를 싸서 먹는 등 주로 감태 그대로를 먹지만, 다양한 형태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대건 총괄 셰프는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감태 요리를 소개했다. ‘감태 관자구이’다. 먼저 매쉬드포테이토(으깬 감자요리)에 팬에 구운 관자를 넣는다. 감태는 전분을 무쳐 바삭하게 튀긴 후 올린다. 소스는 감태, 멸치, 다시다 육수로 콩소메(프랑스식 맑은 수프)를 만든다. 마지막에 이 맑은 소스를 부어주면 완성이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감태는 그동안 대중적인 김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맛과 외형, 영양, 그리고 희소성 측면에서 글로벌 미식 재료로 부상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대건 셰프는 “감태처럼 우수한 식재료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셰프가 사용하는 수입 트러플처럼, 앞으로 감태는 해외 셰프가 찾는 고급 이미지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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