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안 피부’와 ‘도자기 피부’.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피부를 부러워하며 가리키는 말이다. 해외에서 꼽는 피부 비결로는 K-뷰티, 깨끗한 수돗물과 함께 김치가 있다. 특히 김치는 ‘뷰티 푸드’ 잠재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디스커버푸드에는 한국·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공동 연구진의 논문이 소개됐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 김치 추출물은 항산화 작용을 촉진해 피부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세포 손상 요인)로부터 보호했다. 또 김치는 피부 구조와 보습 유지에 필요한 콜라젠·엘라스틴·히알루론산 등이 더 많이 생기도록 도왔다. 피부의 표피세포도 보호해 노화 지연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김치 섭취가 주름 개선과 보습력 향상 등 피부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K-푸드와 K-뷰티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김치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개발이라는 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치의 화장품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도 최근 국내에서 나왔다. 김치 발효 미생물 중, 기미 제거에 뛰어난 프로바이오틱스를 찾아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팀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쎌바이오텍과 함께 “김치 유래 물질로 만든 상피세포성장인자(EGF)가 화장품 원료에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코스메틱스가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성인 여성 20명에게 4주간 EGF 앰플을 적용한 결과, 참여자의 기미 병변이 최대 29.1% 줄었다. 박귀영 교수는 “이번 연구가 화장품 원료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능은 김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항산화물질’과 ‘유산균’ 때문이란 것이 두 논문의 공통된 결론이다. 고추·마늘·파·생강·젓갈 등을 섞은 김치는 발효를 통해 원재료에 없던 다양한 영양물질과 미생물이 나온다.
![]() |
| 국제학술지 디스커버푸드가 김치 추출물이 피부 항산화, 노화 지연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는 국제 공동 연구팀의 논문을 지난 5월 소개했다. 사진은 디스커버푸드가 공개한 PDF 파일을 캡처한 것이다. |
이는 세계김치연구소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우재 세계김치연구소 김치기능성연구단장은 “김치는 생리활성물질(유기산, 폴리페놀, 펩타이드 등)이 풍부하게 생성되는 발효식품”이라며 “이러한 성분들은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피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논문은 김치의 발효 대사산물이 직접적으로 피부 세포를 보호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부 건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설명했다. 장(腸) 건강을 통해서다. 이우재 단장은 “김치 유산균과 발효 대사산물이 장내 미생물 균형과 면역 조절에도 관여한다”며 “이른바 ‘장-피부 축(gut-skin axis)’을 통해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치는 ‘세포 내 직접 효과’와 ‘장을 매개한 간접 효과’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피부 개선 잠재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장 환경은 피부 건강에 중요한 조건이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면역 반응에 문제가 생겨 염증성 피부 질환 위험이 커진다. 실제 벨기에 겐트대학교 연구팀은 마이크로오가니즘(2021)이 다룬 논문에서 “장내 미생물이 여드름·아토피·건선·피부암 등의 피부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피부 건강을 위해 김치를 먹는다면, 겉절이나 너무 익은 김치보다 ‘적당히’ 발효된 김치가 좋다. 앞서 디스커버푸드에 실린 연구에서는 발효 단계 ‘14일 차’에 항산화 활성 및 피부 개선 지표(콜라젠·엘라스틴 합성 등)가 가장 뚜렷이 나타났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가 발효될 때 항산화물질과 발효 대사산물은 축적되고 활성이 강해진다. 다만, 발효가 지나치게 오래되면 산도가 높아지고 일부 성분이 파괴될 수 있다.
이 단장은 “김치는 항산화·항염·피부 구조 단백질의 합성 촉진·장 환경 개선 기능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며 “향후 인체 연구가 이어진다면 ‘뷰티 푸드’의 과학적 가치가 더욱 확실히 입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육성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