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어요!” 문 쾅쾅 두드려 이웃 4명·개 1마리 살리고 사망…홍콩 아파트 화재 속 ‘의인’

[유족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돕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홍콩01 등에 따르면 홍콩 고층 아파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화재 당시 대피 명령을 받은 17층 여성이 이웃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화재 사실을 알리다 탈출 기회를 놓쳐 사망했다.

여성의 유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이 이웃들을 구출하던 중 연기와 불길이 급격히 거세지면서 탈출로가 막혔다고 전했다. 여성은 자신의 집 내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족은 “여성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이웃 주민 4명과 개 한 마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그의 행동은 삶의 원칙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복잡하고 슬프고 괴롭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적었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사람을 구했다”, “안타깝게 가족을 떠났지만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편히 쉬시길 바란다”이라는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로비층+31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 200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8개 동 중에서 7개 동에 화재가 발생,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 악조건 속에 4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발화 지점과 원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 중이었던 아파트 건물을 둘러싼 대나무 비계(임시 가설물)와 가연성인 공사용 안전망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재는 1948년 창고 화재로 176명이 사망한 이후 홍콩에서 가장 심각한 참사다. 현재까지 14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79명, 실종자는 40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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