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4세 이규호, 첫 자사 지분 매입…경영승계 서막 올랐다

‘0% 후계자’ 꼬리표 뗐다
경영능력 입증 평가
내년 그룹전략 지휘봉 4년차
본격 경영평가 시험대 오를듯

코오롱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코오롱 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사진) 부회장이 처음으로 자사 지분을 매입했다.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것인데,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의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부친인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2018년 당시 회장직서 물러나면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주식을 단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보유 지분을 증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는 이른바 ‘지분 0%의 후계자’라는 별칭이 내내 따라왔다.

하지만 이번 매입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정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0% 후계자’라는 꼬리는 뗄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명예회장이 언급한 ‘능력’을 차츰 인정 받고 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는 이번 매입을 두고 리밸런싱(사업조정) 및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 회장이 내년이면 그룹 전략의 지휘봉을 쥐게 된 지 4년차를 맞는 만큼, 경영 성과 평가의 시험대에 본격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 2441주·코오롱글로벌 1만518주 사들여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2441주(0.01%)를 주당 4만975원에,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518주(0.05%)를 주당 9508원에 각각 매입했다. 두 회사는 그룹 핵심 계열사로 각각 소재·부품, 건설 사업을 담당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코오롱 그룹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 부문 대표로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지주사를 비롯 계열사 지분이 전무했다. 현재 코오롱 최대 주주는 이 명예회장(49.7%)이다. 이밖에도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1.1%), 코오롱글로벌(0.4%), 코오롱이앤씨(9.8%)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 규모 자체는 미미한 수준인게 사실이다. 총 2억여원을 투입해 계열사 2곳 지분을 매입했지만 지분율이 여전히 0%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사 지분 매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코오롱 관계자는 “이 부회장 리밸런싱 작업에 힘을 실어주는 ‘책임경영’ 의미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리밸런싱 주도권 쥐고 ‘경영승계 신호탄’ 분석도


코오롱 그룹의 리밸런싱 흐름 아래 본격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오롱은 이 부회장 취임 이래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을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 중이다. 코오롱은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지난해 8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코오롱이 지주사로 전환한 이래 첫 적자 전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이 이 부회장 경영 승계 초석을 닦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성과를 보일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이 부회장이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여야 경영 승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코오롱 리밸런싱은 지배구조 단순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그룹 내 복합소재 사업들을 모은 코오롱스페이스웍스 출범 ▷코오롱모빌리티 그룹의 코오롱 완전 자회사 편입 ▷코오롱글로벌과 계열사 MOD·LSI 합병 ▷코오롱인더와 코오롱ENP 합병 결의 등이 하반기에 이뤄졌다. 코오롱글로벌이 올해 3분기 370.5%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한 가운데 그룹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김영범 대표를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리밸런싱 기반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내년엔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하고 핵심 사업 실적을 회복하는 작업이 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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