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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몬 파우더가 뿌려진 카푸치노 [213RF]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카푸치노에 계피 말고 시나몬 뿌려주세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때 이슈가 됐던 말이다. “같은 말인지도 모르고 우아해 보이는 ‘시나몬’이란 단어를 썼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잘못 쓴 표현이 아니라 ‘맞는 말’이다. 계피와 시나몬은 다르다. 카푸치노에는 시나몬이 더 어울린다.
늦가을의 향기를 풍기는 시나몬과 계피는 혼동하기 쉬운 향신료다. 아예 같은 식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계피를 영어로 시나몬(cinnamon)이라 불러서다. 실제 영어사전에서 계피를 검색하면 시나몬이 나온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종이다. 주 원산지와 수확 방식, 그리고 가장 중요한 향미까지 차이가 있다.
시나몬과 계피는 모두 녹나뭇과에 속하지만, 품종이 다르다. 동속이종(同屬異種) 식물이다. 귤과 오렌지의 차이와 비슷하다.
우선 시나몬의 학명은 Cinnamomum verum로, 진짜 시나몬이란 뜻이다. 보통 ‘실론 시나몬(Ceylon cinnamon)’이라고 부른다.
계피의 학명은 Cinnamomum cassia다. ‘카시아’ 또는 ‘중국 시나몬’으로 부른다. 영미권 셰프들은 혼동을 막기 위해 계피를 ‘카시아 바크(Cassia bark)’로 부르며 시나몬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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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몬(왼쪽)과 계피 [123RF] |
계피는 중국 시나몬으로 불릴 만큼 중국과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잘 자란다.
시나몬의 주 원산지는 스리랑카와 인도, 마다가스카르, 방글라데시 등이다. 유럽과 중남미, 북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수확 방식도 다르다. 계피는 나무껍질을 벗겨 만들지만, 시나몬은 안쪽의 속껍질에서 얻는다. 속껍질을 쓰기 때문에 얇고 잘 부서진다. 그래서 대부분 파우더(가루) 형태로 사용한다. 반면 계피는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 가루로 만들기 어렵다. 수정과나 차를 마실 때 통째로 우려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겨울에 먹는 ‘뱅쇼’에도 계피를 껍질째 넣는다.
향미는 이 둘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시나몬은 바닐라 향을 내는 유게놀(Eugenol) 성분이 들어 있다. 청량감을 주는 동시에 단맛을 낸다. 바닐라 향을 가진 시나몬은 시나몬 라테나 시나몬 롤과 같은 디저트에 자주 사용된다.
계피의 대표 성분은 캠퍼(Camphor)다. 시나몬보다 살짝 거칠고 매운맛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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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몬롤(왼쪽)과 수정과 [123RF, 게티이미지뱅크] |
향미의 차이는 음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나몬 파우더를 넣는 ‘시나몬 라테’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반면 계피가 들어가는 ‘수정과’는 보다 강렬하고 매운맛을 낸다. 우리가 시나몬 라테 또는 카푸치노에 계핏가루를 쓰면 맛이 전혀 달라지는 이유다.
계피는 한방에서 성질이 따뜻한 약재로 쓴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서는 계피가 “속을 따뜻하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2016년에는 이기원 서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팀과 지강동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팀이 계피의 시나믹알데히드가 백혈병이나 피부암 등의 암 효소 활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나몬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볼 주립대 연구진이 성인 30명에게 음식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게 하자, 2시간 후 혈당치가 평균 25% 감소했다.
다만 ‘과다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쿠마린(coumarin) 성분이 들어있어서다. 시나몬보다 계피에 더 많다. 과량 섭취 시 간독성 등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특정인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다이어트 물’로 이용하면서 물 대신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한 격투기 선수가 MBC 예능프로그램(2016)에서 시나몬 물을 운동선수들의 체중조절법으로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방법이다. 시나몬의 식욕 억제나 다이어트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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