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값에 밀수 기승…중앙은행들 ‘직접 매입’ 나섰다

불법채굴·범죄자금 차단 목적

“합법 거래 유도해 국고·외환보유액 늘리려는 전략”

금 가격은 2025년 12월 24일 아시아 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에도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 고조 속에 온스당 4500달러를 돌파했다.[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 밀수가 급증하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소규모 금광에서 직접 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불법 채굴로 인한 환경 오염과 범죄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합법적인 거래를 통해 국고와 외환보유액을 늘리려는 취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채굴된 금이 불법 거래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중앙화된 금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금값 추이[연합]

지난해 국제 금 가격은 전년 대비 60% 넘게 상승해 온스당 4300달러를 넘어섰다. 금값 급등은 불법 채굴과 밀수를 부추기며, 특히 소규모 금광이 많은 지역에서는 삼림 파괴와 수질 오염,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분쟁 및 조직범죄 자금 조달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테이트 세계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소규모 광산에서 채굴되는 금이 연간 최대 1000t에 달하고, 이 중 상당량이 밀거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정도가 범죄조직으로 넘어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절반만 돼도 엄청난 규모”라며 “금값이 더 오르면 범죄와 환경 파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의 대표적 사례로 마다가스카르가 꼽힌다. 마다가스카르의 연간 금 생산량은 약 20t으로 현재 가치로 28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불법적으로 국외 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다가스카르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1t에서 4t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전국 소규모 금광을 대상으로 한 직접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매입한 금은 해외에서 정제한 뒤 외화로 전환하거나 금 보유고로 편입한다.

가나에서도 소규모 금 채굴로 인한 수은 배출과 수질 오염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가나 수로의 60% 이상이 금광 활동으로 오염됐다는 분석이 나오자, 가나 중앙은행은 지난해 중앙 금 매입 조직을 신설했다.

에콰도르의 경우 마약 밀매 조직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금광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자, 중앙은행이 2016년 시작한 국내 금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에는 남부 지역에 새로운 금 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에콰도르 중앙은행 관계자는 “금광업체가 불법 유통망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인책으로 매입 가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은행 주도의 금 매입이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이 합법적으로 채굴됐는지, 분쟁이나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는지 출처를 검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부기구 스위스에이드의 마르크 위멜 원자재 총괄은 “실사와 추적 체계가 미흡해 실패로 끝난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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