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차값 3천달러 싸질 것”

오바마 정부 도입 ‘위해성 판단’ 종료 선언

트럼프 “1조3천억달러 규제비용 제거…역대최대 규제 완화”

전문가 “가장 광범위한 기후변화 정책 후퇴”

국제공조 흐름 역행…환경단체 등 줄소송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로 활용돼 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결론을 폐기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로 활용돼 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결론을 폐기한다고 1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킨데 이어 가장 광범위한 기후변화 정책을 뒤집으면서 국제 공조 역행에 대한 지적과 함께 환경단체 소송 등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공동 발표를 통해 “EPA가 이제 막 완료한 절차에 따라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종료한다”며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1조3000억달러(약 1874조6000억원) 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신차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432만원) 가까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규제 완화와 감세, 관세 정책이 결합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위해성 판단’에 대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격 인상을 초래한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위해성 판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강제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치명적인 규제는 차 가격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이 모든 것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연설에서도 외국 지도자들에게 “이 녹색 사기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들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6가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결론으로 지난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09년 마련됐다. 이는 차량 연비 규제나 전소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등 미국의 각종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의 핵심 토대가 돼 왔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조치를 공식 폐기함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공장, 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대대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현재까지 행정부가 시행한 가장 광범위한 기후 변화 정책 후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 누적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한 나라로 꼽힌다. 현재 연간 기준으로 미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상황에서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 등이 대폭 완화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치를 둘러싼 정치적·법정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과 민주당 단체장이 이끄는 주(州)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에 즉각 소송 방침을 밝힌 상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에서 “이 불법적 조치에 맞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 무모한 도전이 법적 도전을 견뎌낸다면, 더 치명적인 산불과 극심한 폭염 사망, 기후로 인한 홍수와 가뭄 증가, 전국 지역사회에 대한 더 큰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환경방어기금(EDF)에 따르면 위해성 판단 폐기로 미국은 2055년까지 대기 중에 최대 180억 미터톤(metric ton)의 기후 오염 물질 배출량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배출한 양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정도 규모의 추가 오염으로 2055년까지 최대 5만8000건의 조기 사망과 3700만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해당 단체는 밝혔다.

자신이 재임중 만든 친환경 정책의 폐기를 목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 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면서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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