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도 시대도 담지 못했다. 역사는 앙상한 무대의 세트로만 남았고, 금지된 욕망은 끝내 위험한 나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제스처로만 자취를 그렸다. 두 남녀 주인공은 육체와 영혼을 온전히 탐닉하지 못하고 에로영화와 하이틴 로맨스의 경계만을 오갔다. 송승헌과 임지연이 주연한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은 야심만만한 작품이었지만, 스크린 안의 어떤 것도 야심을 따르지 못했다.
영화는 엄격한 위계와 먹이사슬로 얽혀진 당시의 군 사회를 통해 시대를 보여주려고 한다. 군 관사의 아름다운 숲과 정원, 그리고 당당한 체격의 군인들과 재키 스타일의 여성들이 있는 풍경 속에서 파병 후유증과 향락의 술자리, 출세의 야욕들이 서로 맞부딪친다. 그곳에서 열정 없이 살던 두 남녀, 아내의 야심을 위한 도구로 살던 남자와 남편의 액세서리일뿐이었던 두 남녀가 위험한 욕망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진평과 임지연을 둘러싼 인물들이 간간히 보여주는 농담과 우스개 말고는 모든 요소들이 불협화음을 낸다. 파병의 후유증은 진단서상으로만 있을 뿐 김진평의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전쟁 폐허 속 처절하게 살아남은 화교라는 설정은 종가흔의 말과 표정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치명적이고 중독적이어야 할 두 사람의 정사는 때로 기계적이고 종종 상투적이며, 가끔 외설적이다. 조여정과 온주완, 전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데,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 입증한 바, 김대우 감독의 장기는 오히려 풍자와 해학, 유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1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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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말, 장교 사회와 군 관사를 배경으로 일어난 불륜 치정극을 그린 영화다. 라디오만 틀면 전쟁 뉴스가 한창이던 1969년 여름, 김진평 대령(송승헌 분)은 베트남에 파병돼 탁월한 전과를 올리고 영웅으로 귀국한다. 그의 아내 이숙진(조여정 분)은 군 장성의 딸로 오로지 남편을 출세시키겠다는 의지로 똘똘뭉친 인물이다. 김진평 대령은 교육대장으로 임관해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수완 좋고 야망에 가득찬 경우진 대위(온주완 분)를 부하로 맞는다. 군관사에서 경대위의 집과 이웃하며 살게 된 김진평은 우연히 부하의 아내인 종가흔(임지연 분)을 마주친다. 이것이 두 남녀의 운명을 바꾸어놓는다. 김진평의 아내가 내조를 위해 결성한 장교 부인 간호 봉사 모임의 활동 중 병원에서 파월 부상 장병이 종가흔을 인질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마침 현장에 있던 김진평이 이를 진압해 종가흔을 구해낸다.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진 김진평과 종가흔은 서로의 위험한 욕망과 사랑에 이끌려 결국 금지된 만남을 갖게 된다. ‘떨림’으로 시작한 둘의 관계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 되고,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해 간다.
영화는 엄격한 위계와 먹이사슬로 얽혀진 당시의 군 사회를 통해 시대를 보여주려고 한다. 군 관사의 아름다운 숲과 정원, 그리고 당당한 체격의 군인들과 재키 스타일의 여성들이 있는 풍경 속에서 파병 후유증과 향락의 술자리, 출세의 야욕들이 서로 맞부딪친다. 그곳에서 열정 없이 살던 두 남녀, 아내의 야심을 위한 도구로 살던 남자와 남편의 액세서리일뿐이었던 두 남녀가 위험한 욕망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진평과 임지연을 둘러싼 인물들이 간간히 보여주는 농담과 우스개 말고는 모든 요소들이 불협화음을 낸다. 파병의 후유증은 진단서상으로만 있을 뿐 김진평의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전쟁 폐허 속 처절하게 살아남은 화교라는 설정은 종가흔의 말과 표정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치명적이고 중독적이어야 할 두 사람의 정사는 때로 기계적이고 종종 상투적이며, 가끔 외설적이다. 조여정과 온주완, 전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데,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 입증한 바, 김대우 감독의 장기는 오히려 풍자와 해학, 유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1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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