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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리오의 설원희 사장이 서비스를 개시한 지 한달째를 맞은 힐리오의 모바일폰 ‘히어로’와 ‘킥플립’을 들어보이고 있다. 설사장은 미국인 CEO 스카이 데이튼과 함께 모든업무를 결정하는 공동대표이다. 사진 /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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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희 사장의 명함에는 ’President/COO’라는 직함이 박혀 있다. 지난해 가을 힐리오의 출범이 공식화됐을 때만해도 설 사장은 대외적으로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만 불렸다. 게다가 합작법인인 미국쪽 파트너인 인터넷기업 어스링크의 창업자 스카이 데이튼(Sky Dayton)이 공식적인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져 있는 참이다. 한국식 표현으로 직함을 부를 때는 CEO이건, COO이건 두루 ‘사장’일 수 밖에 없다.
“그렇죠? 아무래도 COO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한국을 드나들 때나 미국내 한인사회에서 저를 소개할 때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프레지던트를 명함에 보탰습니다.”
힐리오를 시작하면서 CEO와 COO를 구분하면서도 데이튼씨와 설원희씨를 공동대표라 부른 것은 합작법인치고는 드물게 딱 절반씩을 나눠 투자한 법인설립의 구조 때문이다. 힐리오의 총 자본금 규모는 알려진대로 4억4천만달러이고, SK Telecom과 어스링크가 50%씩 투자했다. 지분도 반반씩으로 같다.
회사의 대표성조차 한치 양보없이 공동대표의 형식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설 사장의 명함에 새겨진 ‘President/COO’에 주목한 이유이다.
자고로 반반씩 철저하게 균형잡아 출자한 합작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힐리오의 공동대표 체제가 앞으로 어떤 운영과 경영의 결과를 나타낼지 자못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힐리오 조직 내에서 한국인 사장 설원희씨는 SK Telecom을 대표한다. 그러나 미국인 사장 데이튼은 어스링크를 대표하진 않는다. 그는 힐리오를 대표할 따름이다.
“많은 분들이 저와 스카이(데이튼의 퍼스트네임)의 역할에 대해 구분해서 묻지요. 이렇게 말씀 드리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군요. SK 텔레콤의 미국현지사업체인 힐리오의 CEO를 인선할 때 그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찾아온 사람이 스카이였고, 저는 서울에서 그를 인터뷰한 중역들 가운데 한명이었지요.”
이쯤되면 힐리오의 사업구조에서 SK Telecom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측 파트너인 어스링크보다 한결 높은 게 아닌가 싶어진다.
“물론 자본 구조는 반반씩입니다만 이동통신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 SK 텔레콤의 서비스 경험과 기술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그렇다. 우리는 힐리오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미국시장에 선보였을 때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춘 한국 이동통신기업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흥분했다. 미국측 파트너가 누구냐보다, 합작 법인의 자본금 규모와 구조가 어떠하냐 보다는 모바일폰 사용과 활용이 일상생활화돼버린 지 오래인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이 과연 세계 시장의 전초기자랄 수 있는 미국에서는 또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말 현재 SK텔레콤의 이동통신 한국내 가입자수는 총 1,985만명에 이르고 있다. 한국 인구가 4천8백만명이니까 국민 2.5명 당 1명 꼴로 SK 텔레콤의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얘기이다. 가히 한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기업이라할 만하다.그러니 설 사장은 한미 합작법인체인 힐리오의 SK Telecom측 대표라기 보다는 한국 이동통신을 대표하는 사람인 셈이다. 그가 단지 일개 회사의 COO 정도로 불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설 사장 직책의 아이덴티티는 힐리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을 만큼 시사적인 바가 상당히 많다. 힐리오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운영방식과 형태,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시장공략의 첫번째 관건이기 때문이다. SK Telecom이 미국의 이통사업 시장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다면 설 사장의 직책은 그리 따질 일은 아니다.
동업, 그것도 50대50의 출자, 그리고 공동 대표 체제-. 뭐든지 내부적인 합의를 전제로 하는 모양새이다. 과정도, 진행도, 결과도 반반씩 책임질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는 힐리오라는 회사 자체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의 하나로 채택된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을 상용화한 데 있어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한국 이동통신 기술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 바로 힐리오의 미국 시장 런칭이 갖는 의미의 본질일 것이다.
설 사장은 그 막중한 책임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인물이다.따라서 그가 공동 대표인 데이튼과 어떠한 관계로 일을 해나가는 지가 관심을 끈다.
“Nobody between us. 스카이가 일을 시작하면서 제게 제안한 말입니다. 꺼림칙한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둘이서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잠자리에 들지 않기로 했지요.”
설 사장과 스카이 사장은 퇴근하기 전 반드시 서로에게 “나 먼저 나갈게”라고 알린다고 한다. 합작사업체의 공동 대표로서 따로 또 같이의 태도와 체제로 힐리오를 이끌고 있다는 말이다.
“일요일 밤 9시에 회의를 한다고 해도 미국인 직원들이 서슴없이 회사로 모입니다. 이 정도면 합작법인으로서 단단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힐리오의 잠재력과 도전할만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취감을 가장 큰 모티브로 삼는 미국인 현지 직원 200여명의 결속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힐리오는 지난 2일로 서비스 개시 한달을 맞았다. 매달 평균 10만명씩 2009년까지 330만명의 가입자를 목표로 삼는다는 설 사장의 첫번째 한달의 사업시행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 설원희 사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로 석사학위, 퍼듀대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이애미 대학 연구 교수(Research Professor)로 재직한 뒤 GE 메디컬 시스템에서 수석 엔지니어, 뉴저지에 본사를 둔 네트워크기업 MCC에서 수석 기술연구원으로 활동한 정보통신 전문가이다.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 플랫폼 개발 연구원장과 상무이사 등 중역으로서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표준화된 어플리케이션 환경과 플랫폼 개발에 앞장 섰다. 그가 개발한 서비스 플랫폼은 멀티미디어에서부터 M-Commerce(이동통신 상거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업용 서비스에 활용돼 혁신성을 이미 널리 인정받고 있다. |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