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재산이기 전에 한 가정의 문화공간입니다. 집을 판다면 결국 문화를 파는 것이지요.” 영 박씨는 광고 제작 디자이너이다.정확히 말하자면 부동산 광고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한다. 한인 사회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그럼에도 최근 부쩍 그를 찾는 부동산 회사나 에이전트가 늘고 있다. 메인스트림쪽 부동산 업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실력파인지라 입소문을 통해 그의 디자인이 하나 둘 한인 부동산 업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부동산 섹션 주말판에 실리는 주류쪽 부동산 광고의 상당수가 그의 작품들이다. 그 뿐 아니라 주류쪽 매체에 실리는 타인종 부동산 업계나 에이전트들의 광고 디자인 가운데 그의 크레딧이 걸린 게 적지 않다. 부동산 광고 디자인은 아직 한인사회에서 전문화는 커녕 그렇게 할 필요성조차 인식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영 박씨가 만들어낸 광고 디자인들을 살펴보면 이거야 말로 특별한 전문성과 차별화가 필수적이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 한인 매체들에 실리는 허다한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매물광고만 얘기해볼까요. 에이전트들의 소속 회사 이름만 가리면 아무런 구별이 안되지요.한가지 더 언급하면, 에이전트들의 사진만해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으로 증명사진들만 싣는 건지…” 박씨의 지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아닌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리스팅 광고나 한인 부동산업계의 상업광고에 대한 불만은 오래전 부터 제기돼 왔다. “몇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틀과 메시지 위주의 게시판 형식을 고집하는 한인 부동산 광고들은 심하게 말하면 이렇게 해서 어떻게 고객을 끌어들일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박씨가 보여주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보면 그의 지적사항이 금새 이해된다. 에이전트의 전신 사진을 다각도로 연출한 사진, 길고 빼곡한 카피가 없어도 한눈에 매물을 갖고 있음을 알려주는 간결하고 세련된 색감의 디자인 등이 그가 늘 지니고 다니는 소형노트북컴퓨터 안의 작업파일 속에 수두룩하다. 게다가 박씨는 에이전트 개개인 마다 고유의 로고를 만들어 그들의 이름 앞에 얹어놓고 있다. “회사마다 고유의 로고가 있듯이 에이전트마다 특징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로고를 만들어주니 반응이 여간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에이전트의 이름을 가려도 로고만 보고도 아무개의 광고이구나 알 정도가 됐으니까요.” 베벌리힐스에 사무실을 두고 작업하는 박씨는 하루가 모자랄 만큼 손이 바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한인들을 상대로 부동산 광고 디자인의 개념을 전파해야겠다는 사명감같은 게 강해졌다고 한다. “부동산 회사마다 독자적인 디자인 폼을 만들고, 한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는 고유한 컨셉을 창의적으로 개발해서 궁극적으로 한인 부동산업계의 마케팅이 향상된다면 그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겠지요.” 부동산 전문 디자인이 한인사회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불루오션을 창출할 지 지켜볼 만하다. 이명애기자 / 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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