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가에 또 한명의 내부발탁 케이스로 행장이 탄생했다. 지난 2006년 나라은행 이사회가 행장대행으로 일해온 민 김 전무를 행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윌셔은행 이사회가 조앤 김 전무를 행장으로 결정, 한인은행가에 내부발탁및 여성행장 2호가 등장했다.
지난해 말 민수봉 전임행장이 사퇴한 뒤 김규현 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행장선임위원회를 통해 행장감 물색에 나섰던 윌셔은행 이사회는 내부사정에 능하고 로컬 경험이 풍부한 것은 물론 조직의 안정도 가져올 수 있는 조앤 김 전무를 낙점했다. 외부인사가 아닌 은행 내부 간부가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한인은행가 전반에 걸쳐 ‘나도 행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내부발탁 그리고 여성행장 소식을 접한 한인은행가에서는 또다른 내부발탁 사례에 더해 또 다른 여성행장의 탄생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태평양은행의 여성 최고위직인 조혜영 전무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하며 열정적으로 일해온 분이 행장이 돼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라며 “은행을 알고 고객을 알고 주주가 원하는게 무언지 아는 사람이 행장이 된 것은 윌셔은행은 물론 한인은행가 전체에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은행의 남자 간부는 “(한인은행들이) 외부인사 영입에서 여러번 실패했다. 이사들이 외부에는 수퍼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고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직 안정 은행 내부적으로는 조직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행장대행을 맡았던 인사가 행장직에 오르며 인수인계에 따른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피할 수 있다. 김 신임행장은 오랜기간 함께 했던 민수봉 전임행장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행장대행을 맡게 된 직후인 지난 1월 직원들에게 전한 신년사에서 팀워크를 강조하며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가자”라며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윌셔은행의 한 직원은 “어려운 때 큰 변화보다는 내실을 다지는게 좋다”라며 “은행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많은 직원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라고 김행장을 추켜세웠다.
▶어려운 시장상황 이달말까지 행장대행인 김 행장은 내달 1일부터 희망찬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되지만 시장상황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미국 금융계 전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윌셔는 상업용부동산 대출에 집중도가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상업용부동산으로 옮겨갈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로 대출수익도 예전만 못한데다 극심한 경쟁으로 예금유치도 만만치 않다. 김 행장은 올해 당장 큰 성장을 이루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 목표도 10% 남짓으로 잡았으며 투자자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예금유치를 위한 이자율 경쟁은 자제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풀어야 할 과제 윌셔은행은 선장격인 행장자리가 주인을 찾았지만 CFO는 여전히 임시 체제이다. 김 행장의 승진으로 CCO 자리도 공석이 됐다. 내부에서는 행장이 내부발탁된 만큼 CFO자리도 일레인 전 CFO대행이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윌셔의 한 관계자는 “그간 함께 일해온 일레인 전 CFO대행이 정식 CFO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뉴욕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와 힘을 쓰고 있지 못한 주가를 올려야 하는 부담도 김 행장의 몫이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