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및 곡물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보다 2.03달러, 1.8% 오른 배럴당 113.79달러에 거래를 마쳐 배럴당 113달러 선을 넘어섰다. WTI는 장중 한때 113.99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쌀 가격은 100파운드당 3.5% 오른 22.17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밀값과 옥수수값도 각각 부셸당 9.11달러, 6.16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은 상품가격 폭등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이 당초에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투기자본이 가세한 ‘거품가격’이라 깎아내렸지만 상승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상품시장이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초고속 인플레’ 상황에서 유가와 곡물가격이 어느 선까지 추가 상승할지에 대한 전망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곡물 인플레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최근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7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고유가 공동 대응책을 모색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데는 원유시장이 근본적인 공급 부족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주 들어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나이지리아와 멕시코의 수급 불안정 등 국지적인 요인뿐 아니라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러시아 정유회사들의 ‘고백’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지난 3년간 연평균 2.5%의 생산 증가율을 보였지만 올해 1/4분기 들어서는 생산량이 전분기보다 1% 감소한 일일 976만배럴에 머물렀다.
여기다 세계 원유 공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OPEC은 월례 원유 수요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증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수요 감소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당분간 증산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쌀을 포함한 곡물가격은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민 보호주의의 벽을 쌓아올리면서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자국 농부들의 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여기에 베트남과 이집트 중국 캄보디아 인도 등이 금수조치에 가세했으며,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카자흐스탄도 14일 밀의 해외 판매를 중단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일본의 최대 식품회사인 니혼 쇼쿠힌 가코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값싼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상품시장 담당 후세인 알리디나는 “개발도상국들이 높은 인플레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금수조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 국가는 물가와의 전쟁을 위해 곡물 상품 수출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곡물가격 급등→수출국 금수조치→공급 부족→곡물가격 추가 급등’의 악순환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가와 곡물가의 동반 상승으로 세계 각국은 전에 없던 초고속 인플레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1982년 100 기준)가 지난달 175.4를 기록해 전달 대비 1.1% 상승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33년 사이에 작년 11월(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유로존 15개 국가의 지난 3월 물가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치를 넘어선 3.5%를 나타내면서 근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연구기구인 ‘개발을 위한 농업기술과 과학에 대한 국제 평가(IAASTD)’는 15일 보고서에서 “앞으로 50년 사이 세계 식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아와 빈곤을 퇴치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양춘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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