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시 작별 인사 ‘NO’


ⓒ2008 Koreaheraldbiz.com

사랑하는 개를 남겨두고 외출할 때 사람들은 반드시 ‘작별 인사’를 한다. “잠시 나갔다가 올 거야.  밥도 먹고 얌전하게 집 잘 보고 있어.”

이런 말을 꼭 하고 외출한다.  귀여운 개를 혼자 있게 하니 말이라도 걸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주인의 배려가 개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상황을 만들어 준다. 작별인사는 이제부터 혼자 있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외출복으로 잘 차려 입은 주인이 “착하지… 얌전히 집 잘 보고 있어.”라고 말한 뒤 문을 탕 닫는다. 개가 싫어해도 혼자 있게 될 것이라고 주인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셈이다. 그러니 작별 인사는 바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격이다.

주인은 개에게 자신의 외출을 알려주겠다는 의도로 작별 인사를 하는데 개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인다. ‘자, 모두 나가고 아무도 없어. 외로워질 거야, 쓸쓸해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원래 개는 무리를 이루어 살아왔다. 따라서 혼자 있게 되면 견디기 힘들어한다.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 불안해지고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것이 ‘분리불안’이다.  외출할 때마다 “금방 올게. 집 잘 보고 있어.”라는 인사는 개의 분리 불안을 부채질한다.

그러면 혼자 남게 된 개는 어떤 행동을 할까? 가구를 갉아 먹거나 카펫을 물어뜯는 등 파괴적인 행동, 아무 곳에나 용변보기, 마구 짖어대고 핥기까지도 한다. 이것이 모두 분리불안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자기 몸을 핥는 행동은 단순하지 않다. 심하면 끝없이 자신을 핥아 털이 빠지고 피부가 드러나고 다음에는 피부가 상하고 뼈가 보일 정도로 핥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몰티즈를 길렀다. 지금까지는 혼자서 집을 잘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짖기 시작해 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잘 살펴보니 그 원인은 주인에게 있었다. 남편이 한동안 명예 퇴직을 당해 집에서 소일을 하다가 재취업이 되어 출근하게 되었다. 실직한 후 3개월동안 남편은 거의 집에서 생활했고 개와 아주 친숙해졌다. 개는 그 동안 낮에는 혼자 있다가 갑자기 주인과 함께 있는 행운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3개월 동안 주인과 밀접한 생활을 계속하면서 개는 당연히 그것에 길들여졌다.
주인의 재취업이 결정되고 난 후 다시 낮시간에 혼자 있게 되자 개는 지금까지 없었던 분리불안에 빠지고 그 스트레스를 짖는 것으로 발산한 것이다. 이는 주인이 시간이 있으면 개와 친밀하게 지내주고 시간이 없으면 혼자 있게 버려두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주인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개는 주인이 멋대로 하는 행동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출을 할 때 말을 걸지 말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문을 나서는 것이 좋다. 그것이 개를 배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저 ‘어, 지금 누가 나간 듯한데.’라고 느낄 뿐인 이 방법은 개를 분리불안에 빠지지 않게 하고 스트레스도 주지 않아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아예 없애준다. 
개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개를 힘들게 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