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인수합병 ‘시간싸움’

주택경기 하락과 불경기로 불거진 금융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기관들끼리의 인수합병(M&A)이 점차 시간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올들어서만 9개의 은행이 파산하는 등 미국 전체 금융기관들의 시련의 계절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위기를 극복할 최선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M&A에 대해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상 좋은 시기임에도 여유가 되는 은행들은 적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돼야 본격적인 M&A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머니는 26일 전했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M&A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금융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경쟁은행들에 비해 유난히 월등한 실적을 내고 있는 웰스파고가 모기지 직격탄을 맞은 워싱턴뮤추얼이나 100개 지점 자리를 정리한 와코비아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같은 소문은 며칠전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CEO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면부인했다.

한국 산업은행이 리만브라더스의 지분 50%를 인수하려다 그만 둔 사례는 전광우 한국 금융위원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일단락됐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들의 M&A가 인수기관과 피인수기관의 시간싸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인수하는 입장에선 위험자산이 정리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 인수가가 더 낮아질지 지켜보는 것이고, 피인수기관은 아직까지 위험 정도를 인식하지 못한채 좋은 가격이 나오기 전까지는 버틴다는 것이다.

특히 인수기관 입장에서 볼때 또다른 금융기관을 통째로 사들인다는건 그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위험자산도 함께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해 모든 악재가 터져나오기 전에 성급히 나섰다가는 괜한 피해만 입을 수 있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컨트리와이드 인수 이후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존스데이 법무법인의 칩 맥도날드 공동대표는 “FDIC가 파산시킨 은행들의 자산을 흡수하는 것도 적은 비용으로 적은 위험을 지는 좋은 선택일수도 있다”라며 “결국은 시간싸움인 셈”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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