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논의 끝에 이뤄진 새한은행의 증자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이번 증자가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지, 또 다른 은행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인은행가에 따르면 새한의 증자 목표액 2500만달러는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금액인데다 그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이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식이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증자를 두고 고민하는 은행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새한의 결정은 타 은행들의 증자 논의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한의 증자 결정은 이미 지난달의 육증훈 행장 취임식에서부터 언급돼 온 부분이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으로 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 은행 운영에 안정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이사들이 증자 목표액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심어주니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경색이 아닌 신용동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얼어붙은 자금시장에서 은행 이사들이 직접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시기와 가격을 봐서 다른 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은행의 의지도 담겨있다. 향후 수년간 수많은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것이 확실시 되는 현 경제 상황에서는 탄탄한 자본금으로 준비된 은행만이 좋은 조건으로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한뱅콥의 하기환 이사장은 지난달의 육증훈 행장 취임식에서 이같은 이사회의 의중을 비추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봐야한다”라며 “인수당하기 보다는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주체적인 입장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한은 지난해 지점 인수를 통한 뉴욕 진출을 성사 단계 막바지까지 갔다가 시장상황을 이유로 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새한의 결정은 증자를 고민중인 다른 한인은행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한인 커뮤니티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만큼 먼저 나서지 않으면 그만큼 불리한 조건에 증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증자를 통한 생존이 아니라면 인수합병 외에는 방법이 없을 시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새한의 증자 역시 장부가 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더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