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대 키워드’정조준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가 이끌 미국 경제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질 구체적 정책을 점칠 수 없지만 큰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신용과 가치, 그리고 규제’를 강조하는 ’3가지 키워드’가 새로운 변화의 콘셉트로 부각되고 있다. 6일 코트라가 발표한 미국 금융위기 보고서는 오바마 체제의 미국 경제 새로운 변화 콘셉트에 대해 ‘신용 회복’ ‘가치 지향’ ‘규제 회귀’ 등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신용 회복’이란 키워드는 미국인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신용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다시 새삼스레 뜨는 단어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이미 무너진 정부의 신용도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 현재 미국 시장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도 이에 대한 매수자도 없고, 인수자도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라고 믿었던 자국 대표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리는 것을 본 미국인들은 어떤 기업도 100% 신뢰하지는 않고 있으며, 실제로 건실한 기업들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는 바람에 이들 기업이 신용 위축으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방기금의 금리인하에 대해 미국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기대 효과가 단기적인 기업 자금의 유동성 공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가치 지향’.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가치 지향적인 태도가 점차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인들은 상품, 서비스, 기업 가치 등 자신이 돈을 지불하는 모든 대상에 대해 지출 대비 효용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실 있고 튼튼한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도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채권 매수를 미루며 바닥을 벗어났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추세다.기업 자금운용 면에서는 선택적 가치에 따라 투자를 집중하고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해 더욱 신중한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지불하는 금액 대비 최고의 가치를 얻으려는 소비태도를 보이면서 가격이 품질보다도 구매를 좌우하는 더 큰 핵심요소가 됐다. 월마트, 코스코 등의 대형 할인매장, 아웃렛 매장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규제 회귀’다.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 해제가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즉 금융위기로 비롯된 미국 경제 파국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규제 철폐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동의하는 바여서 오바마 정권에서는 금융산업이 규제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화당 정권에서는 규제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경제기조를 보였던 것과 큰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상정책에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성장정책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오바마는 경제위기 속에 탄생하는 정권인 만큼 신용과 규제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신뢰를 얻고 미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최적의 가격에 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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