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선수들 ‘오바마 당선은 좋지만…’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건 좋지만 세금 늘어나는 건 고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등장을 보는 메이저리그 종사자들의 심사가 복잡하다.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들이 유독 많은 미국 프로야구계가 미국 역사 232년 만에 처음 등장한 흑인 대통령을 싫어할 리는 없다.

문제는 오바마의 세금 정책이다. 오바마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들고 나온 공약의 핵심은 연봉이 25만 달러 미만이면 세금을 깎아주겠지만, 이 금액을 넘으면 세금을 더 내게 하겠다는 것.
특히 연방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늘리는 등 상위 5%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겠다고 공약했다.

내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40만 달러. 메이저리거라면 오바마 시대엔 누구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발 빠른 야구 에이전트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 선수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방법 중 한가지는 자유계약선수(FA)의 이적을 서두르고 미리 계약금을 달라고 하는 것. 인상된 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내년부터. 이에 따라 연봉을 깎더라도 내년 1월1일이 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을 최대한 많이 챙기면 절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FA 자격으로 내년에 1천만 달러를 챙기게 될 선수가 이런 방법으로 절약할 수 있는 세금만 40만 달러에 이른다.

매니 라미레스, 마크 테세이라 등 FA 8∼9명의 이적을 추진 중인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이런 점에 착안해 “올해 미리 계약금을 달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FA는 이달 15일까지는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계약을 끝내고 미리 계약금을 챙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오바마 시대를 맞아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려는 이해타산과 협상 일정까지 맞물려 스토브리그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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