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기업의 파산공포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실적부진과 이에 따른 도미노 파산이라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기업에 불어닥친 위기는 실업대란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닥칠 때부터 ‘제2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와 범위가 예상보다 빠르고 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 국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업은 최악의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실적)’를 연발하며 비틀대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대형 은행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으며, 대서양 양안의 초대형 기업은 ‘파산보호 신청’을 위해 줄 서 있다. 수익에 관한 한 우등생으로 통했던 일본의 초우량 기업도 무더기 ‘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기관의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9월 메릴린치를 인수할 때만 해도 금융위기의 승리자로 불렸으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정부가 BoA에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메릴린치의 지난 4/4분기 손실이 예상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BoA 자체 사업부문에서도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독일 1위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50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지프 애커만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4/4분기 48억유로(63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 최대 통신장치 업체인 노텔네트웍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은 또 다른 충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노텔이 미 델라웨어 주 윌밍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으며, 몇몇 자회사도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텔의 파산보호 신청은 15일까지 1억7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장회사 중 파산보호 또는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136개에 달해 전년보다 74%나 증가했으며, 올해 그 행렬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이 자랑하는 초우량 기업도 2008 회계연도에 각각 1000억엔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S&P의 리치 피터슨은 “미 정부의 구제금융안은 문제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에 불과하다”며 “금융권 등 기업의 대형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도이체방크와 HSBC 등 기업 부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우지수가 248.42포인트, 2.94% 급락했다.
양춘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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