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 몰락한 자리 중국 ‘우뚝’

FT, 글로벌은행 최근 10년 시가총액 비교

1998년 트래블러스그룹과 씨티코프의 합병으로 탄생한 씨티그룹은 2007년까지 줄곧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며 ‘세계의 은행’으로 군림해왔다. 이 ‘무시무시한(fearsome)’ 거물은 그러나 금융위기의 파고에 휩싸인 지 채 2년도 안 돼 ‘전몰자(The fallen)’의 운명을 맞고 있다.

반면 99년 당시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던 중국 궁상(工商)은행은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의 대표 은행들을 모조리 추월하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은행으로 우뚝 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업의 지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99년과 2009년, 최근 10년간의 시가총액을 비교, 보도했다.
 
시가총액 변화로 본 금융업의 어제와 오늘은 마치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 격이다.
 
성조기와 유니언 잭(영국 국기)의 대표 은행들이 대부분 순위 밖으로 밀려난 데 비해 금융업의 변방 취급을 받던 중국 은행들이 상위 1, 2, 3위 자리를 독차지하며 오성 홍기(중국 국기)를 휘날리고 있다. 이 변화의 원인은 단연 금융위기다. 특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의 대표 은행들은 각종 파생상품 피해 등으로 최소 1조달러 이상 자산을 상각했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 시총이 곤두박질쳤다.
 
씨티의 시총은 99년 당시 1509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3월 현재 137억달러로 급감했다. 미국의 또 다른 대표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129억달러에서 401억달러로, 전통의 영국 은행인 로이드 TSB는 720억달러에서 110억달러로 시장 가치가 하락했다.


 씨티의 시총 순위는 10년 전 1위에서 3월 현재 46위로, BOA는 2위에서 11위로 급전직하했다. 또 99년 당시 4위였던 로이드는 아예 순위권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었던 중국계 은행들은 거물들의 몰락을 틈타 자연스레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와 캐나다 왕립은행도 새롭게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 은행 시총 규모도 10년 전과는 크게 달라져 미국 영국 일본 스위스 독일 순이던 것이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순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은행 시총 규모는 1조542억달러에서 3781억달러로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영국도 3629억달러에서 1186억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99년 당시 순위권 밖에 머물렀던 중국과 캐나다는 각각 5091억달러와 1228억달러로 세계 1위, 3위에 올랐다.
 
FT는 “(과거 10년에서 보듯) 앞으로 10년 뒤인 2019년의 상황도 예측 불허”라면서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시장에 신뢰가 회복되면 시총은 다시 회복되겠지만 은행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거대한 글로벌 은행의 형태를 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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