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도 지금 故노 前대통령 ‘추모중’

TV가 예능 프로그램 방송을 자제하는 가운데 라디오에도 애도의 물결이 넘친다. 평소 ‘서민들의 고민상담소’의 역할을 해온 라디오 매체적 특성은 이런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라디오 DJ들의 정성어린 멘트와 선곡 하나하나가 청취자들의 슬픔을 토닥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인 지난 23일부터 라디오 선곡표와 원고 역시 크게 조정됐다. 특히 선곡표는 쾌청한 봄날씨에 걸맞은 밝은 풍의 노래 대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곡들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애절한 멜로디에 이별의 슬픔을 담은 곡들을 틀고 있다. 그중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마음을 담은 신청곡들도 줄을 잇는 상황. ‘Never Ending Story’(부활), ‘사랑하기 때문에’(유재하), ‘바람이 분다’(이소라),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승환), ‘사랑합니다’(이재훈) 등 선곡표에 단골로 올라가는 추모용 인기곡도 눈에 띈다.
 
청취자들의 충격과 슬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가 올라오자, 방송사 입장에서도 국민장이 거행되는 오는 29일까지 이 같은 민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분위기다.
 
SBS 라디오국의 한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당분간은 청취자들의 슬픔을 함께 나눌 생각”이라고 전했다.
 
평소 통통 튀는 콘셉트로 분위기를 띄웠던 DJ들도 차분한 목소리로 방송에 임한다. ‘두시의 데이트 박명수입니다’(MBC)와 ‘두시탈출 컬투쇼’(SBS)처럼 웃기는 데 집중했던 방송들도 말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DJ의 멘트 비중이 높은 라디오 매체 특성상, 진행자의 방송언어 선택에 있어 특별한 신중함이 요구되기도 한다.
 
지난 23일 ‘컬투’의 정찬우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한다는 말을 하던 중, 말실수를 범해 청취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찬우는 24일 방송에서 “평소 방송에서 말을 쉽게 하고 친근감 있게 하는 편이라 말실수를 했다.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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