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두남자 가족위해 손잡다


▲ 영화 ‘보트’ 

ⓒ2009 Koreaheraldbiz.com

아무것도 모른채 밀수 가담한 형구
돈 되는 일이라면무엇이든 하는 토오루

두 남자의 버디무비… 영화 ‘보트’

하정우와 츠마부키 사토시의 조합. ‘보트’는 주연배우만으로도 눈길을 확 끄는 영화다. 영화 ‘추격자’로 흥행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고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하정우와 ‘워터 보이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출연했으니 여성 팬들의 마음을 셀레게 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두 배우의 개성과 매력이 흠뻑 묻어 있는 작품이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보트를 타고 밀수품 심부름을 하는 형구(하정우 분)는 부모에게 버려진 자신을 돌봐준 일본의 사업가 보경 아저씨에게 김치를 배달한다. 일본에 갈 때 마다 그를 맞이하는 토오루(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형구가 갖고 온 김치독을 애지중지 하는데 어느 날, 형구는 김치독 아래에 숨겨진 마약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이 아주 위험한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마약을 배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안과 혼란 속에 있던 그는 이번에는 보경 아저씨가 납치한 여자를 배달하라는 임무를 하달 받는다. 납치된 여자의 아버지가 20억을 갖고 사라졌음을 알게 된 토오루는 형구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그녀가 아버지를 찾아주면 5억 원을 주겠다는 말에 형구까지 끌어들여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다. 형구는 토오루에게 돈이 필요한 절박한 사정을 알게되고 점차 그에게 연민을 느끼며 함께 그녀의 아버지 찾기에 동참한다.
 
영화는 마약과 밀수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로 시작한다. 화면 또한 초반에는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의 바다 모습을 비추면서 침침하고 습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의외로 ‘가족’을 이야기한다. 토오루는 치매 걸린 할머니와 병에 걸린 조카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직을 배신한다. 형구는 어머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배신했던 사람에게 뛰어 들어간다.

이 둘은 가족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원망하지만 결국 가족이 삶의 이유이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남자는 이러한 동질감 때문에 서로에게 묘한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부산과 일본은 물리적 거리외에도 국적이 다르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도시를 이어주는 작은 보트처럼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조직단위가 둘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유쾌하다. 무엇보다 어수룩하면서도 순진한 형구 역을 자신의 색깔로 잘 버무려놓은 하정우의 공이 크다. 어색함 없이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을 순식간에 이완시키는 능력은 ‘하정우’가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츠마부키의 부정확한 한국어 발음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흠이지만 배우의 매력을 반감시킬정도는 아니다.
 
중간 중간 웃음이 터져나올 만큼 흥미로운 장면이 많지만 스토리는 중심을 잃고 후반에는 다소 산만하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에 실망한 관객일지라도 두 배우의 열연은 흡족할 것이다. . 15세 관람가.  

정지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