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아웃소싱 바람, 車부품 새판짜기 가속


▲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현대모비스 모듈공장 생산라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운전석 모듈을 만
들고 있다. 

ⓒ2009 Koreaheraldbiz.com

글로벌 자동차부품산업 ‘빅뱅’…생존경쟁 현주소

세계 자동차산업이 홍역을 앓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GM도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회사마다 감원, 공장 폐쇄에 이어 브랜드, 자회사 매각 등이 잇따르고 있다. 완성차회사와 운명을 같이하는 부품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세계 부품업체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활발한 인수ㆍ합병(M&A) 및 글로벌 소싱 확대 등 업계 재편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래 신사업 선점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차량 전자화를 통한 미래 지능형 자동차 개발이 부품업체의 생존을 담보할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 속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기회와 과제를 조명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급변하는 업계, 위기 타개책 모색 활발=세계적인 부품업체인 델파이. 세계 자동차산업 위기 여파를 그대로 받은 델파이는 현재 파산 보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기업 컨소시엄은 델파이의 브레이크 시스템 및 서스펜션사업부를 인수키로 했다. 이 같은 여파로 2007년 전 세계 2위였던 델파이는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의 덴소가 3위에서 1위로 치고 올라갔고, 1위였던 보쉬는 2위로 밀려났다. 특히 2007년 지멘스의 자동차 전자부품사업부인 ‘VDO오토모티브’를 인수했던 독일 ‘콘티넨털AG’가 12위에서 4위로 급등했다.
 
세계 자동차 부품산업의 지형도 다국적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국적 부품기업들은 원천기술과 국제표준을 선점하며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젤엔진 연료 분사장치의 경우 보쉬, 델파이, 덴소 등 3개사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가장치를 구성하는 ‘쇼크 앱소버’도 델파이, 테네코오토모티브, 만네스만 등 3개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다.
 
이 같은 업계 재편 속에 미국 OEM부품공급협회(OESA)는 지난달 “4000개가 넘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중 최대 3분의 1가량이 절박한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자동차 부품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향후 3년간 100억위안(1조8000억원)을 투입해 자동차 기술 혁신과 부품산업 발전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도 자동차 부품업체에 50억달러 규모의 지원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 바로 부품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부품의 ‘품질ㆍ가격ㆍ기술’은 자동차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1대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자동차 제조원가의 70%를 부품이 차지하고 있을 만큼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부품 개발 없이는 완성차의 성능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던 모듈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변화 포인트다. 단위 부품을 미리 조립한 모듈제품은 완성차 라인을 간소화하고, 한 생산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0년에는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모듈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자동차 부품산업은 이런 모듈화 추세와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대형화 및 전문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계열 부품업체 간 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M&A만 연간 300건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완성차업체들의 글로벌 소싱 전략도 확산 일로다.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자국 내 부품업체와의 단독 거래에서 벗어나고 있다. 현재 르노는 70%, BMW는 50%, 포드는 70% 정도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받고 있다.   

▶가속화되는 자동차 전자화=전자와 정보기술(IT)의 융합으로 부품업체의 미래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선점하면 큰 이익을 주지만, 놓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자동차의 경우 전자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엔진ㆍ파워스티어링ㆍ전자제동장치(ESC) 등 자동차 곳곳에 적용된 전자장치는 물론, 파워윈도ㆍ계기판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전자화 영역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전자장치부품이 완성차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30%”라며 “2010년까지는 그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자장치부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에는 무려 1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세계 부품업체들도 이에 맞춰 전장부품 개발을 대폭 강화 중이다. 각국 정부의 안전용 장치와 센서 장착 의무화, 그리고 다양한 환경 규제도 자동차의 전자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자동차와 IT 간 컨버전스 동향’이란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은 사고 시 긴급 통보가 가능한 단말기를 올해까지 반드시 탑재토록 했으며, 미국과 중국도 무선식별장치(RFID)를 이용한 타이어 압력 감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자동차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차량 전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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