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한류, 한국식 웃음코드 통했다


▲ KBS 예능프로 ’1박2일’의 한 장면
 
ⓒ2009 Koreaheraldbiz.com

‘대장금’ 이후 이렇다 할 한류 드라마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류 드라마의 부진 속에 오히려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는 분야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다. 원래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에 비해 한류용 상품 매력이 덜했다. 개그나 버라이어티 예능은 국경을 넘어서면 문화적 이질감으로 자국에 비해 소비자의 호응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대100′처럼 예능 포맷을 외국으로부터 구매해 한국적 상황을 가미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한국산 예능의 포맷 수출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강호동이 진행한 ‘X맨’이 중화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개그우먼 조혜련이 예능인으로서 한류 1호로 성공하면서 예능물도 한류 상품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실제로 단순히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부분적이나마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KBS가 지난해 ‘도전 골든벨’에 이어 올 초 ‘미녀들의 수다’ 포맷을 베트남 지역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SBS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포맷을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BS 박정훈 예능국장은 “그동안 ‘X맨’이나 ‘진실게임’ 등 한국 예능물이 동남아나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포맷이 수출된 경우는 있었지만 유럽 방송시장에 포맷이 수출된 것은 유례가 없었다”면서 “‘붕어빵’은 기존 포맷과는 구분되는 창의성과 차별성이 있어 포맷 수출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리얼 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과 ’1박2일’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주지역까지 마니아 시청자층이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1박2일’의 국제적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로 방영되는 공식적 채널이 없는 MBC나 SBS와 달리 KBS는 World TV라는 채널을 통해 자막 전문 제조업체에서 만든 자막까지 입혀 전 세계 48개국으로 방송되기 때문이다. 
 
최근 ’1박2일’ 나주편에서는 세계 각지의 팬들이 보내준 선물들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멤버들은 각각 영어로 써 있는 편지가 동봉된 선물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승기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책을 보지 않고 ’1박2일’에 소개된 여행지를 방문한다고 한다”고 감격해했다.

KBS World TV 시청자 게시판에는 ’1박2일’과 ‘미녀들의 수다’ ‘해피투게더’ ‘비타민’ 등 해외 팬들이 올린 팬레터가 수북하다. ‘Greatest reality show in Asia!’ ‘Best Korean reality programm’이라는 제목을 단 ’1박2일’ 감상기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하고 전문적인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1박2일’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 공영TV 콘퍼런스인 INPUT 시사회에 새로운 포맷(New Format) 등 2가지 섹션에 올랐다. 여기에 참가한 ’1박2일’의 이명한 PD는 “가장 우려됐던 점이 서양인들이 ’1박2일’을 보면서 과연 한국인이 웃었던 지점에서 웃어줄까였는데, 서양인들도 우리가 웃는 장면에서 정확히 웃었다”고 밝혔다.

이 PD는 “’1박2일’ 포맷이 오리엔탈적인 특수성을 담지 않았고 일반 사람들의 여행담 위주인 데다 기본 포맷도 복불복이라는 단순하고 쉬운 장치여서 보편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MBC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섹션TV 연예통신’도 일본 등에 포맷 판매를 타진 중이다. 이를 위해 노창곡 PD는 이미 스타와 관련된 각종 차트를 만들면서 아시아 스타들을 포함시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데, 해외에서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도 아시아에서는 포맷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포맷은 크게 게임쇼(퀴즈쇼), 리얼리티(서바이벌), 탤런트 콘테스트, 데이팅 쇼 등으로 나눠진다. KBS ’1대100′의 포맷 개발사인 네덜란드의 엔데몰(Endemol)사는 ‘서바이버’ 등 TV 포맷을 팔아 큰 돈을 버는 방송 콘텐츠 제작업체다.
 
은혜정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TV 포맷 시장은 5조원 규모에 이르는데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총 수출액은 7000만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포맷을 통한 편성 규모가 2002년 이후 매년 22%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시청률 1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수입 ‘포맷’에 근거해 제작되고 있어,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개발과 수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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