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이 일어날 것 같은 으스스한 저 하늘


▲ 공성훈 作 ‘나무’
 
ⓒ2009 Koreaheraldbiz.com

화가 공성훈(성균관대 교수)이 ‘겨울풍경’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신사동 아트포럼뉴게이트(대표 염혜정)에서 개인전을 연다. 찌는 듯한 한여름에 으스스 한기가 감도는 어둡고 장중한 겨울 그림으로 미술 애호가들을 찾아온 것이다.
 
공성훈은 그간 한밤의 개, 도심 근교 풍경과 자연을 그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겨울 풍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의 겨울 풍경은 대단히 사실적인 듯하면서도 어딘가 은유가 깔린 듯한 느낌을 준다. 명징한 풍경화 그 자체인 것 같지만 한편으론 왠지 초현실적 냉랭함을 스멀스멀 풍기는 것.
 
이를 테면 그의 역작 ‘오리’(120호 크기)를 보자. 이 작품은 살얼음이 언 호수 표면에 달빛이 교교히 비치고, 얼마 남지않은 물에 오리들이 갇혀 버둥거리는 장면을 냉랭한 톤으로 포착한 그림이다. 지극히 사실적인 순수 풍경이지만 많은 이야기와 상징을 지녀 움찔한 기분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여느 풍경화와 궤를 달리 하며,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전율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살얼음 깔린 계곡에서 먹이를 찾는 가냘픈 새, 파도치는 겨울 바닷가에서 맨몸으로 앉아 있는 어린이, 달빛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남은 앙상한 나무 등을 포착한 그림도 지극히 아름답지만 꼭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은 조바심을 준다. 이처럼 낯익은 풍경을 기이하고 낯설게 표현하는 공성훈은 주변의 일상적 풍경도 늘 이방인의 시각으로 남다르게 본다. 이 같은 ‘거리두기’란 아무나 가능한 법이 아니어서 그의 접근은 늘 도드라진다.
 
살얼음이나 물의 표면에 반사된 차가운 달빛과, 곧 폭풍을 몰고올 법한 하늘을 거칠고 두터운 붓자국으로 그려낸 후 이를 하나둘 지워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기법도 평범하지 않다.
 
마치 숨바꼭질하듯 키치와 진중함 사이를 절묘하게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다. 따라서 평범한 감상자는 그의 그림 안에서 작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조이한은 “회화예술은 끝났다고 이야기되는 오늘, 공성훈의 그림은 사실 좀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예술가는 패배하고 또 패배하면서, 자신이 패배할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던가. 처음에 받았던 쨍, 한겨울 풍경이 마냥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이 작가의 차가운 열정 덕분”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02)517-9013
 
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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