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의 피아니스트 40년만에 ‘두 손’ 음반

피아니스트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37세 때 갑작스런 신경질환으로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쓸 수 없게 된 레온 플라이셔.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양손으로 연주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후 40년간 왼손을 위한 피아노 레퍼토리를 탐구하는 한편 지휘자, 교사로 활동했다.
 
간절한 믿음은 여든이 다 되어서야 현실이 됐다. 근육 마사지 요법과 보톡스 주사를 병행한 재활 치료 덕분에 오른손이 회복됐고, 2004년 다시 두 손으로 피아노협주곡 음반을 녹음했다. ‘양손으로(Two Hands)’라는 제목이 붙은 이 음반은 출시하자마자 대단한 갈채를 받았으며, 그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2006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ㆍ나다니엘 칸)로도 제작돼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됐다.
 
플라이셔가 최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출시했다. 본인이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12번과 23번, 부인 캐서린 제이콥슨 플라이셔와 함께 연주한  ’3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F장조’(2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이 수록돼 있다. 
 
40년간 오른손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돈된 연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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