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년, 금융위기 극복 호평…아프간·실업 발목


“B+.”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 1년의 성적표이다.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미국의 경제 위기속에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의 일거수 일투족은 세계인의 관심을 모아왔다.
 
사상 최초라는 기대와 흥분을 안고 시작한 그의 1년 성적표는 그야말로 ‘평범한 B+’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에서 자신의 국정 11개월을 평가하면서 ‘괜찮은 B+’를 줄 수 있다고 자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7일 오후 9시 미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취임 이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취임 1년을 돌아보며 임기 2년을 맞는 새해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해 미의회의 지지와 미국민들의 이해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극복은 호평=미국 친민주당 성향의 최고 싱크탱크로 불리는 브루킹스 연구소가 오바마의 주요 국정 과제별 업무 수행 성적을 평가한 것도 리더십에서 B+로 오바마의 자평과 같다. 브루킹스는 오바마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청정 대체 에너지로 에너지 안보를 높이고,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온 것 등은 A- 이상의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파키스탄 정정 안정화. 그리고 중동 정책은 여전히 B점 대의 그저 그런 수준으로 평가했다. 또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인한 재정 균형 부문은 C+로 낙제점을 줬다.  국민들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으로 1년차 대통령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지난 1년의 국정 수행 능력을 결코 높게 평가하지 않는 셈이다.
 
갤럽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23일 68%로 출발해서 연초에 경기부양 법안 등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5월에는 67%를 유지하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그러나 가을 들어 건강보험을 밀어붙이면서 꾸준히 하락, 지난 13일 기준 50%대로 내려앉았다. 1년 평균 지지율은 57%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서는 49%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는 높은 편이다.

▶아프간과 실업이 난제=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대통령 1년 성적표를 받아든 오바마의 국정 2년차 전망은 지뢰밭이다. 지난해가 금융위기 극복과 건강보험 개혁을 도입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걷는 구세주의 심정이었다면 올 한해는 도처에 도사린 지뢰 같은 악재를 피해야 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악재로는 두자릿수 실업률, 3만명을 증파하고도 더 불안해진 아프가니스탄 정세, 11월 의회선거가 꼽힌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10%를 넘어버린 실업률이 최대 과제다. 전문가들은 당장 건보개혁 법안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그의 4년 첫 임기의 최대 과제이자 치적이 되겠지만 막상 그의 연임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는 실업이라고 본다. 실업수당 지원책이 강력한 서유럽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미국식 경제모델에서는 높은 실업률은 곧 집권 대통령과 여당에는 최대 악재이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까지 실업률을 한자릿수로 끌어내리고 경제 회복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면 공화당에 대반격을 당할 조짐이 벌써부터 각종 여론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올해 말 의회 선거에서 밀리면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여소야대 정국에 집권 내내 끌려다니게 되고 그의 건보개혁과 아프간 전쟁에도 불똥이 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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