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티스트 줄잇는 방한공연…그들만의 개성 들여다보니

내로라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만 휘트니 휴스턴, 그린데이, 제프벡, 킬러스, 시카고 등 대형 뮤지션들의 공연이 잇따르면서, 팬들은 ‘어떤 공연을 가야 할지’ 고민이 한창이다. 외국 팝스타들의 한국행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독특한 취향이나 까다로운 요구들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향을 맞추기 위해 공연 기획사 및 홍보사들이 진땀을 빼는 경우도 있다. 아티스트별 특징을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 록밴드
▶건즈앤로지즈 “이유를 묻지 말고 기다리세요”=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내한 공연 시 2시간20분 지연 사태를 빚은 건즈앤로지즈의 액슬 로즈는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로즈는 지난달 내한 공연 때도 전날 입국해야 하는 스케줄을 깨고, 공연 당일 오후에야 늑장 입국했다. 하지만 공연을 무사히 치러야 하는 공연 기획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에게 불만을 표할 수 없는 일. 공연 관계자는 “공연 전 대기실에 들어간 로즈가 예정된 시간이 넘도록 나올 생각을 안 했고 문 밖에서 ‘언제 나올 거냐. 못 나오는 이유라도 말해 달라.’며 독촉했지만 대기실 앞을 지키는 매니저는 ‘그냥 기다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결국 공연이 2시간20분이나 지연된 이유를 밝혔다.


폭발적인 무대매너로 유명한 ‘건즈앤로지즈’의 액슬 로즈.


▶오아시스 “맨시티의 타월을 걸어 달라”=지금은 해체됐지만, 지난해 7월 내한했던 영국의 록밴드 오아시스도 갖은 구설로 유명했다. 현재 사이가 틀어졌지만, 한때 돈독했던 형제 노엘(기타)과 리암(보컬)의 고향 축구팀(맨체스터 시티) 사랑은 전 세계 어딜 가든 유별났다. 월드투어의 빡빡한 스케줄에도 프리미어리그 순위표를 보며 응원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며, 항상 대기실에는 축구팀의 상징 타월을 걸어둘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뮤즈 “방을 우주처럼 만들어 주세요”=영국 록밴드 뮤즈는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유명하다. 첫 내한 공연 당시 이들은 호텔방을 “우주처럼 꾸며 달라”는 난감한 주문을 해, 공연 관계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대신 이들은 세세한 것에 까다롭게 굴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린데이 “호텔방은 올-블랙(all-black)으로”=그 밖에 지난 18일 내한 공연을 가진 세계적인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는 검은색을 선호한다. 이번 공연에도 빛이 새어들어 오지 않게 호텔방 내부 전체를 검정 천으로 둘러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성 아티스트

▶머라이어 캐리ㆍ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붉은 장미를 깔아 주세요”=여자 팝스타들의 취향도 독특한 것이 많다.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붉은 장미 사랑은 널리 알려진 일화. 특히 아길레라는 호텔방은 물론 대기실, 그녀가 머무는 모든 장소에 빨간 장미를 깔아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기획사가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라 브라이트만 “오뚜기 셰프가 최고예요”=지난해 내한공연을 치른 영국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은 애프터쇼 메뉴(공연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로 5일 내내 카레만 주문했을 정도로 ‘카레광’이다. 서울 공연 시 유명 셰프의 고급 카레를 공수해 대접했지만 부산에선 마땅한 레스토랑이 없어 ’3분카레’를 줬더니, “먹어본 카레 중 제일 맛있다”며 “어떤 셰프가 만든 건지 알려 달라”고 물어볼 정도로 좋아했다고. 이에 관계자는 “오뚜기 셰프가 만든 것”이라고 둘러댔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 클래식ㆍ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빈소년합창단 “탈무드는 필수, 탄산수는 no!”=클래식 아티스트들의 분위기는 팝음악계와 다르다. 빈소년합창단은 어린 아이들인 만큼 대기실에 탄산수를 비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또 아무리 바빠도 공연 직전에는 자기끼리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이때 매니저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탈무드나 성경을 읽어준다.

▶조지 윈스턴 “언제 어디서나 자연주의”=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은 반드시 숙소를 신라호텔로 잡아야 한다. 호텔 선정 조건도 매우 까다로운데,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아티스트이므로 환경을 특히 중시한다.
  
김소민ㆍ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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