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최경주는 골프보다 더 크다

타이거 우즈는 1997년 골프대회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는 마스터스 챔피언이 됐다. 22살의 나이로 전년도 챔피언 닉 팔도로부터 그린 재킷을 건네 입는 모습을 보고 있던 PGA골퍼 퍼지 죌러는 곁에 있던 한 기자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어린애가 대단하군. 그렇지만 내년 챔피언스 디너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메뉴로 고르지 않았으면 좋겠군.”
죌러의 말이 알려지자 발칵 뒤집혔다. 프라이드 치킨은 흑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죌러가 흑인인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비꼬았다며 벌떼같은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죌러는 그저 농담이었을 뿐이라며 우즈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우즈는 얼마나 상처가 컸던지 죌러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리어 이듬해 마스터스클럽의 만찬장에서 죌러의 우려(?) 대로 프라이드 치킨과 프렌치 프라이, 밀크쉐이크를 챔피언의 메뉴로 지정해버렸다.

그로부터 본의 아니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힌 죌러는 선수로서 급격히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그같은 해프닝으로 인해 챔피언스 디너라는 마스터스의 전통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벤 호간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마스터스 클럽에서 회원들과 역대 우승자들이 1년에 한번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취지였고, 호스트는 전년도 챔피언이 맡아 메뉴를 정하고 계산도 떠안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챔피언이 저녁 한끼 사는 자리이다.

해마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주일의 화요일 저녁식사는 이른바 챔피언스 디너로 마련되고 있다. 우즈와 죌러의 프라이드 치킨 사건 이후 챔피언스 디너의 메뉴에 부쩍 관심을 갖고 이번에는 어떤 음식들이 준비될까 살펴보곤 했다. 1999년에는 전년도 챔피언 마크 오메라가 멕시칸 음식인 파히타와 함께 일본식인 스시와 튜나 사시미를 지정한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메라는 칼스테이트 롱비치에서 대학을 다녀 히스패닉과 아시안이 많은 남가주의 음식문화를 반영했다고 한다.

오메라처럼 마스터스 역대 챔피언들은 출신지의 음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선정하는 일이 많다. 1985년도 챔피언인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는 송아지고기를 빵튀김으로 싼 바이너 쉬니첼이라는 비엔나 지방 요리를 선정했고, 1988년 챔피언 샌디 라일도 출신국인 스코틀랜드 고유음식인 하기스를 골랐다.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은 1995년 챔피언스 디너에 스페인 쌀로 만든 파에야와 흰살 생선인 하케를 골랐으며, 텍사스 출신 벤 크렌쇼는 텍사스 바베큐를 선택했다. 피지 출신 비제이 싱도 우승한 이듬해인 2001년 만찬을 남태평양 내음이 물씬 나는 요리로 가득 채웠다. 캐나다 출신 최초의 챔피언인 마이크 위어는 지난 2004년 캐나디언 비어를 만찬 음료로 추가하기도 했다.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골퍼 최경주가 올해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승전고를 울렸다.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메이저 타이틀, 그것도 마스터스 챔피언이라고 한다.
 한국 농수산물유통공사(aT센터)에서 올 한해 한식과 한국 농산물의 미주지역 마케팅에 투입하는 예산이 10억원 정도이고, 한식 세계화를 위해 3년간에 걸쳐 조리법 표준화 사업에 쓰는 돈은 8억여원 쯤이다.

국정홍보처의 해외홍보 예산이 110억원, 서울시의 자체 해외홍보 예산이 무려 367억원,그리고 관광공사의 해외홍보비로는 225억원이 책정돼 있다.

골프채 하나 들고 전남 완도에서 미국까지 건너온 최경주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만 하면 한국 정부기관들이 집행할 해외홍보비 총액의 두배,세배 이상 가는 효과가 쓰나미처럼 몰릴 것이다. 챔피언스 디너에서 PGA 스타들이 김치와 불고기를 즐기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최경주를 응원하는 일은 더 이상 스포츠 차원이 아니다.

황덕준/미주판 대표겸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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