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은행권, 대규모 해외연수 논란

한국의 은행들이 직원들을 대거 해외에 내보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해외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연수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1주일의 짧은 기간인데다 해외연수 대상 직원이 수백 명에 달해 외유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직원 100여명은 최근 미국과 유럽,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6박7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최근 행내 공모를 통해 직원 400여 명을 해외연수자로 선발했으며, 연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회당 100여 명씩 해외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2008년 하반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발발 이후 단기 해외연수가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일자 해외연수를 중단했다가 이번에 부활시켰다.

   국민은행은 직원들에게 왕복 항공비와 숙박, 식사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총 경비 공개는 거부했다.

   산업은행은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석사학위 취득, 어학연수 등 명목으로 해외에 파견한 행원이 365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16.4%에 해당하는 수치로, 여기에 투입된 금액만 총 155억원이다.

   신한은행은 매년 150~160명의 우수직원을 3개월간 일본과 중국, 미국, 캐나다, 유럽, 카자흐스탄, 동남아 국가 등 신한은행이 진출한 지점과 현지법인에 파견하고 있다. 2006년 4월 구 조흥은행과 통합한 이후 총 602명이 연수를 다녀왔다.

   우리은행은 3~6개월 과정의 지역 전문가 제도를 통해 200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총 81명을 파견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한해 2명 정도의 극소수 직원만을 대상으로 중장기 해외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선진금융기관 벤치마킹과 해외견문 확대를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기 위한 연수라고 설명했지만, 수백명을 극히 짧은 기간에 해외에 내보내는 것은 외유성 연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전 연수교재를 배부해 사이버 연수를 거쳐 사전 연수계획서를 제출한 뒤 해외연수를 실시한다”며 “연수 종료 후에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결과보고서 평가를 실시하는 등 연수 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눈에 띄게 많은 직원을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은 누가 봐도 내년 영업 독려나 노동조합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급여 수준히 상당히 높은 은행원들이 무더기 해외연수를 실시하면 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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