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부동산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거물들인 이들이 극장에서 나눈 대화의 주제는 예술이 아닌 `돈’이었다. 특히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최고급 부동산을 러시아 부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판매할 것이냐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3시간동안 지속된 이 모임에서는 비료사업으로 떼돈을 번 드미트리 로볼로블레프 계열의 신탁회사가 1억8천800만달러를 들여 뉴욕과 플로리다의 건물들을 매입한 것을 포함해 러시아 부자들이 최근 미국에서 매수한 부동산 내역이 소개됐다.
고유가 등으로 떼돈을 번 러시아의 부자들이 미국의 고급 부동산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
미국의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고급 부동산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완연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지에서 흘러드는 돈도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된다.
최근 4년간 러시아와 옛 소련 소속 국가의 부유층이 미국에서 사들인 주거용 부동산의 총액은 10억달러가 넘는다.
특히 지난해에만 무려 840억달러의 돈이 러시아를 빠져 나갔고, 이 가운데 최소한 5% 정도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투입됐을 것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추산을 볼 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러시아 부호들은 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아니면 원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현금을 손에 쥐게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미국의 고급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2월 1990년대부터 진행된 민영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러시아는 이런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언급, 차기 대통령에 취임하면 부당축재나 자금유출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리아나의 억만장자 수는 104명으로 2009년 이래 무려 3배나 늘었다.
핼스테드 프로퍼티의 부동산 중개인인 질 슬로에인은 “러시아인이 큰손이란 사실은 누구나 안다”며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있는 한 펜트하우스가 8천800만달러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수자가 당연히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러시아 부자들의 사자 행렬은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달 푸틴 총리가 차기 대통령에 다시 선출되면서 더욱 가속되는 분위기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러시아 출신 중개업자 빅토리아 슈타이너는 푸틴에게 두려움을 느낀 부자들이 사생결단식으로 나서고 있다며 “그들은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뉴욕의 고급 부동산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 이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