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지난 1일자로 지주회사인 BBCN뱅콥과 은행의 통합 이사장이 됐다. 금융위기 전까지만해도 LA한인타운의 상법전문 변호사겸 회계사(CPA)로 활동하던 전문직 종사자였지만 커뮤니티의 ‘공인’으로서 존재감은 미미했던 터였다. 그랬던 인물이 불과 45개월도 채 안돼 자산규모 50억달러짜리 상장은행의 ‘총사령관’격인 이사장으로 수직 상승, ‘혜성’같은 존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루키’가 쟁쟁한 베테랑들을 제치고 주장이 돼 리더십을 휘어잡은 프로야구팀을 상상해보라.
김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 12일 당시 중앙은행의 지주사 센터뱅콥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인은행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센터뱅콥 이사장이던 김영석씨(현 BBCN이사)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외국어대 영문학과를 나와 UCLA에서 MBA를 마친 케빈 김 이사는 로욜라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글로벌 회계법인들인 아더앤더슨, KPMG 등에서 금융·회계 업무를 거쳤고, 인수합병(M&A)및 세금계획, 기업구조 등에 대한 전문 변호사 경력을 감안할 때 한인은행권이 요구하던 전문이사의 영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8개월여만인 2009년 5월 센터뱅콥 주주총회는 부이사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케빈 김 이사에게 맡겼다. 김 이사의 존재가 눈길을 끌기 시작한 순간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할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은행간 합병 논의가 거론되는 시기였던 만큼 뭔가 모종의 역할이 주어졌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로부터 18개월여만인 2010년 12월 초. 나라-중앙은행간 통합 합의 발표가 나오고 그 자리에서 합병은행의 이사장으로 케빈 김 이사가 내정됐다.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9월에 열린 센터뱅콥 주총에서는 케빈 김 이사가 마침내 이사장으로 선임된다. 그로부터 BBCN뱅콥과 은행의 통합 이사장이 되기까지는 또 다른 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같은 고속질주의 배경은 물론 김이사장이 중앙-나라의 통합과정에서 온갖 걸림돌을 적절히 제거하고 양측의 이해관계를 절충한 탁월한 협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분이사진이 주도하던 한인은행의 지배체제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생존에 무게중심을 두고 전문이사의 실무체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인 상황이 전문성을 갖춘 케빈 김 이사의 등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성공가도에서 ‘행운’은 필수요소로 꼽히고, ‘행운’의 본질은 또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볼 때 케빈 김 이사가 영향력있는 금융인으로 떠오른 과정은 흥미로운 사례가 될 법하다.
성제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