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고향 바다내음 전해 뿌듯” 한남체인 김민기 부사장

김민기
한남체인 라팔마지점 김민기 부사장. 해산물과 수산식품에 관한한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최고의 안목과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었다고 꼽힌다.

“뭐니뭐니해도 겨울엔 생태찌개가 일품이야. 강원도에서 눈맞으며 말린 황태는 국을 해장국을 끊여도 좋고 양념장을 발라 굽는 것도 기가 막히지~”

한남체인 라팔마 지점의 김민기 부사장. 명색이 대형 마켓의 부사장님인데 그는 영락없는 시장 생선가게 아저씨다. 생선 머리를 다듬으며 요리법 강의는 물론 그 많은 손님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소소한 개인사에 안부까지 묻는다.“남편 출장은 잘 갔다 왔수?” “시어머니 아프신데는 좀 어때?”

털털한 입담만큼 글 솜씨도 구수하다. 바로 <루디 위클리> 창간호부터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 ‘생선이야기’를 집필하는 칼럼니스트이다. 매주 제철 해산물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얽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가장 맛있는 요리법도 알려주는 그의 글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특히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군대를 제대하고 트럭 한대를 구해서 강화도 산낙지를 무교동 낙지골목에 파는 것으로 바다와 연을 맺은 지 37년이 넘어가고 있다. 굴지의 수산회사에서 제조, 도매, 가공, 유통 등의 과정을 섭렵했고 직접 수산물회사를 경영하면서 전국에 물좋고 맛있다는 해산물은 모조리 찾아 리스트업 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거다. 여행을 좋아했고 낚시를 즐겼다. 배에서 어부들과 나누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았고 기울이는 소주 한잔이 소중했다. 여수, 삼천포, 부산, 포항 등 좋은 가공공장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 배웠다”

37년 간 삶의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익힌 그의 지식은 바다만큼 무궁무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한인마켓 생선부에서 일하면서 그의 노하우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07년 지금도 한인마켓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가을 전어 신화’를 만들어낸다.

“몇년간 생선부에서 일하면서 늘 한국생선을 가져와야 하는데… 지금쯤은 그것을 먹어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내가 아는 생산지, 가공, 유통을 통하면 반드시 된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때가 9월 한국의 전어철이었다. 그런데 전어를 그냥 파는 것 보다는 한국적인 풍류로 마케팅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 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광고문구가 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1주일에 20㎏으로 시작했던 ‘전어’ 주문량이 얼마 안가서 1천㎏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 화물칸에는 전어박스로 가득했고 미 연방식품의약국(FDA)에서 놀라 조사를 나올 정도였다. 이후 ‘연평도 과메기’, ‘말짱 도루묵’, ‘매생이를 아십니까’ 등이 연이어 히트를 쳤다. 미주 한인마켓에 한국 수산물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김민기부사장이었다.

이쯤되다 보니 김민기부사장은 마켓들 사이에서는 ‘블루칩’으로 통한다. 업계에서는 ‘해산물 전문가’라는 근사한 타이틀을 붙여주었지만 정작 그는 ‘그저 바다맛 좀 아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

“나는 언제나 한국의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미주 한인들께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마켓을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흔히 마켓 생선부라 하면 거칠고 냄새나는 곳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 재래 수산시장의 멋과 정을 나는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일하는 곳도 그런 곳이 됐으면 한다”

김 부사장은 지금도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현지 사정과 거래처, 수입과정를 파악하고 이곳에 있을 때에도 틈만 나면 산지에 전화를 건다.

“요즘 뭐가 좋은가? 아 매생이! 오케이. 그럼 매생이를 바로 좀 보내줘 봐.”

주문을 마친 후 매생이 자랑에 침이 마른다. ”매생이는 완도, 해남, 보성, 고흥 해안가에서 나오는 파레 종류인데 바닷가에 살얼음이 얼 정도로 추우면 그 맛이 최고다”

그의 목소리에서 벌써 완도 바다의 싱싱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이번 설날엔 매생이를 넣은 시원한 떡국을 끓여봐야겠다.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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