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행장 후임 인선 쉽지 않다

 
BBCN뱅크의 앨빈 강 행장이 전격 사임하게 됨에 따라 후임 행장이 누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인은행권에서는 몇몇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유력하다고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한인 은행권에 자산규모 50억달러가 넘는 BBCN뱅크 규모의 은행을 이끈 경험자가 없어 그만큼 선택의 폭도 좁은데다 그런대로 후보자격을 갖춘 사람도 개별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해 인선작업이 쉽지 않다.

앨빈 강 행장 하차는 왜? = 강 행장은 나라은행장에 이어 중앙은행과 통합한 BBCN뱅크의 행장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해 6월말로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연임설과 교체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엇갈리게 퍼졌다.
 
연임 보다 교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해진 게 지난해 말 무렵 부터였다. 통합 작업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내부적으로 나라은행과 중앙은행 출신의 임직원간 화학적 결합과 융화를 만족스럽게 완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의 문제가 이사진 사이에서 지적됐다.
 
아울러 하와이 이민가정 출신인 강 행장이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 한인커뮤니티 최대은행의 사령탑으로서 의사소통하기 어렵다는 해묵은 핸디캡도 들춰졌다.
 
중앙은행 출신 케빈 김 이사가 BBCN의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중앙 출신 이사진들의 세력이 이사회에서 강해졌고, 결국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통합뱅크의 성장전략을 지휘하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에 이르렀다.

후임 행장 인선 쉽지 않다= 케빈 김 BBCN 이사장은 “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이제 성장을 이끌고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행장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은행권에서 행장 인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강 행장의 사임 이유와 맞물린다.
 
한인사회와 소통이 원활하면서 통합과 추진력을 가진 경험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인은행권의 인재 부재 현실이 또 다시 지적될 수 밖에 없다.
 
BBCN의 행장인선위원회는 “외부 헤드헌팅회사에도 의뢰하고 자체적으로 물색에 나설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조건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얘기만 밝혔다.

일단 인선위원회는 다른 한인은행의 현직 행장이나 고위 간부급의 이동, 그리고 내부 임원의 승진 발탁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외부 인물 중에서는 능력이나 경험 면에서 유재환 윌셔은행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도 BBCN 안팎에서 나돈다. 유 행장은 한미은행,중앙은행 등 그동안 거친 행장직을 두루 잘 이끌어왔다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하지만 현직인 만큼 경쟁은행으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유 행장은 지난 2010년 중앙은행에서 퇴임할 당시 중앙측 이사들과 감정적인 갈등이 있었다. 현재 BBCN이사진의 중심권력인 중앙출신 이사진이 유 행장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앙금을 털어냈는지 여부와 유 행장의 그들에 대한 감정정리도 가능한 지가 관건이다.
 
규모는 작지만 커먼웰스은행을 ‘강소은행’으로 키우고 물러나 윌셔은행 전무로 자리를 옮긴 최운화씨는 행장직이 빌 때마다 후보로 거론된다. 금융의 전문성과 프로페셔널리즘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BBCN 통합뱅크의 규모를 이끌 수 있느냐는 경험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나라은행장을 맡았던 민 김 오픈뱅크 행장의 기용 가능성도 당사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짚어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민 김 행장은 BBCN같은 규모의 은행장으로 옮길 용의가 있느냐는 가정법 방식의 질문에 “100% 안간다. 나는 오픈 뱅크를 키워 상장시키는 일을 뱅커로서 마지막 미션으로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윌셔은행장을 역임하고 비록 몇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텍사스주 기반의 유나이티드 센트럴 뱅크 행장을 거친 민수봉씨도 후보에 꼽히지만 7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더불어 통합뱅크의 새로운 동력을 끌어내기엔 구세대라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

외부 인물 중에서 마땅치 않아 내부 임원 발탁설도 나온다. 행장 대행을 맡은 바니 이 전무가 가장 유력한 내부 승진 대상자이다. 하지만 나라와 중앙출신의 융화에 역량이 미흡했던 앨빈 강 행장의 사임 이유를 감안할 때 나라은행 출신 이 전무에 대한 중앙출신 이사들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아예 한인은행권 밖에서 행장을 데려올 가능성도 보고 있고 금종국 전 퍼스트 캘리포니아 뱅크 행장 이름까지 오르 내린다.하지만 앨빈 강 행장의 한국어 소통이 문제가 된 마당에 또다시 한국어에 서툰 한국계 미국인 행장을 다시 앉힌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바니 이 전무를 대행으로 선택한 까닭 = 일단 앨빈 강 행장이 물러난 뒤에는 바니 이 전무가 행장 대행을 맡고 필립 걸드먼 전무와 김규성 전무가 함께 하는 간부위원회가 행장임무를 도와주게 된다.
 
이 전무를 대행으로 선임한 것은 현재 은행내에서는 최고 실무책임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와 함께 나라출신 간부로 간부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나라 출신 강 행장의 하차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행장이 1월말까지 행장을 맡기로 돼 있음에도 행장 대행을 세우는 것은 그동안 인수인계와 업무공백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만 행장 인선이 1월을 넘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 행장의 하차가 하루 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이사회에서 이미 대안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인선위원회는 “인선 과정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절대 시간을 길게 끌지 않을 것이다. 인선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은행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 예상보다 단시일에 후임이 결정될 수도 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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