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워]플라워디자이너 영 송 마틴

영송마틴1
부에나팍에 위치한 ‘와일드플라워 린넨’에서 포즈를 위한 영송 마틴 씨.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골든글로브 시상식, 사우디아라비아 공주 결혼식….

그녀의 수첩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스케줄은 마치 딴 세상 이야기같지만 그의 인생관은 매우 심플하며 지극히 사실적이었다.

루디헤럴드 신년기획 ‘한인 여성 파워’의 두번째 주인공은 미국 최고의 파티플래너이자 린넨 디자이너 영 송 마틴(와일드플라워 린넨 대표. www.wildflowerlinens.com).
 
2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내내 그녀는 유쾌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진솔했다.

우선 그녀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가장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취임파티의 린넨장식을 맡았다. 미셸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제니퍼 로페즈 등은 특히 영송 마틴의 린넨디자인에 열광한다.
 
할리우드 셀리브리티 사이에 명성이 높기 때문에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늘 그녀의 몫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트와일라잇-브레이킹던1>에서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의 숲속 결혼식 연출을 맡은 이후로는 영화 세트 디자인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

사실 ‘와일드플라워린넨’은 그녀가 이룬 두번째 성공이다.

1970년 21살의 나이에 홀로 유학을 와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JB sports’ 등 주류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Y.S’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해 메이시스 등 대형 백화점에 납품했을 정도로 성공한 패션디자이너였다.

가난한 시대에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70년대 격동의 미국사회에서 공부한 것도 모두 ‘시대를 잘 태어나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나는 한국전이 끝나고 정말 가난했던 시대에 태어나 자랐다. 모두가 없던 시대라 별로 불행한 것도 몰랐다. 가난에 대한 묘한 향수가 있다. 학교에서 전투적으로 외우곤 했던 국민교육헌장이 내게는 시처럼 들렸으니까. (그녀는 여전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있다)
 
또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을 시작하던 70년대는 미국에서 여성해방운동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였다. 내가 여자라는 것, 그것도 동양에서 온 보잘것 없이 작은 여자라는 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수 있었다”

영송 마틴의 에너지는 한마디로 ‘긍정의 힘’이다. 주어진 상황을 모조리 ‘긍정’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축복받는 DNA의 소유자랄까. 패션업계의 유통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잠시 일을 놓고 있을 때에도 그랬다.

“집안에 정원을 만들어 온갖 들꽃을 가져다 심었다. 어떤 것이 어떤 자리에 있어야 가장 아름다운지, 조화와 부조화의 아름다움을 배운 시기였다. ‘와일드플라워’라는 브랜드도 그때 생각해 냈다. 하지만 그것이 파티와 린넨의 조합이 될지는 몰랐었다”

‘와일드플라워 린넨’의 탄생은 그녀의 새로운 패션 브랜드 런칭 행사장에서였다. 행사장 한켠에 그녀가 꾸며놓은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린넨과 꽃으로 장식한 테이블과 의자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 주류인사가 자신의 결혼식 연회장을 저렇게 꾸며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때 비지니스를 할 생각이었다면 NO였을 거다. 정말 아름답게 꾸며주고 싶었으니까 OK했다. (웃음)”

1999년, 그렇게 시작한 ‘와일드플라워 린넨’은 이제 연매출 천만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패션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컬러감각과 린넨에 대한 풍부한 스타일 메이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공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가 그녀의 일관된 답이다.

“사실이다. 미셸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가 어떻게 나를 알았는지, 영화감독이 누구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저 어느날 연락이 왔을 뿐이다”

Joy Marie Photography
꽃과 린넨의 조화가 돋보이는 ‘와일드플라워 린넨’의 작품
왕족의 결혼식이든 예산을 걱정하는 평범한 커플의 결혼식이든 영송 마틴에게는 똑같은 결혼식이다. 단 한번도 의뢰인이 누구냐에 따라 일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인맥과 누구누구의 라인냐 하는 말은 그녀가 가장 경계하는 말이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누구는 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격증도 다른 사람이 준 것 보다 내가 자신에게 준 자격증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의 평가, 겉포장에만 큰 가치를 두는 것이 늘 안타깝다”

영송 마틴은 앞으로 교육재단을 만들어 고아,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엄마가 교육을 받으면 반드시 자식을 교육을 받게 된다. 그만큼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어린나이에 새로운 세계에서 받은 교육은 나에게 전혀 새로운 인생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 기회를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하혜연 기자

wedding
영송 마틴씨가 디자인한 영화<트와일라잇>의 결혼식 장면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