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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오렌지카운티 풀러튼과 부에나팍의 ‘완소공간’을 표방하며 개관했던 파인아트 전문 ‘린 제이 갤러리(Lynn J. Gallery· 대표 린다 김)’가 어느덧 개관 1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Reflections-도자기와 사진전’, ‘A Bowl of Tossed Salad’, ‘이화대학교 조소과 동문전’ 등 초대전과 개인전, 그룹전을 비롯해 각종 문화 예술 강좌를 선보이며 로컬 한인들에게 생활 속의 문화 예술 공간을 제공해 왔다. LA에 비해 전시회, 관람회 등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OC지역에서 ‘린 제이 갤러리’는 문화생활이 그리운 한인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곳이다.
‘린 제이 갤러리’는 이곳을 이끌고 있는 두 명의 여성과 많이 닮아있다. 린다 김 대표와 이정희 큐레이터. 멘토이자 멘티며 친구이자 자매, 때로는 모녀 같은 사이다. ‘린 제이 갤러리’는 이들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 열정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강렬하다. 예술공간인 만큼 우아하면서도 친정집 같은 편안함도 있다.
미술 동호회 그룹전을 앞두고 만난 린다 김 대표와 이정희 큐레이터는 못질과 걸레질에 여념이 없다. “나이 먹어 못할 짓이다”라며 아픈 팔, 다리를 연신 두드리면서도 수다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 한잔을 들고 갤러리 바닥에 앉아 수다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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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김 대표는 “장바구니를 들고 찾아올 수 있는 갤러리, 이것이 우리가 처음 오픈하면서 원했던 바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잠지 등지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예술공간이지만 누구라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각종 미술품 전시는 물론이고 음악회, 연극 등 소극장 공연 등을 통해 영과 육이 쉴 수 있는 문화적 쉼터가 되고자 하는 바람은 여전하다”
‘린 제이 갤러리’는 명실공히 한인 최초의 프라이빗 갤러리이자 시설면에서도 최대 규모를 갖춘 갤러리임을 자부한다. 3천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공간은 전시 뿐 아니라 공연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대표는 캘리포니아는 물론 뉴욕 갤러리들을 찾아 다니면서 오랜 시간 ‘린 제이 갤러리’를 준비했다. 전시회 기획은 갤러리 운영과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울대 미대 출신의 유학1세대 이정희 큐레이터를 영입했다. 이정희 큐레이터는 ‘린 제이 갤러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역할을 작품선정을 통해 담당해 왔다.
“린 제이 갤러리의 키워드는 ‘It is good’이다. 창세기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았더라’는 구절에서 왔다. 창의성, 미적 감각, 완전함, 선량함,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작품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주 간략하게 보기에 좋은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신인작가 발굴은 ‘린 제이 갤러리’의 바람이자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재능있고 실력있는 신인작가, 무명작가들에게 희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훌륭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이 없고 돈이 없어 전시회를 열지 못하는 작가들에게 갤러리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예술 활성화에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린다 김 대표와 이정희 큐레이터는 지난 봄부터는 갤러리를 주부들을 위한 문화강좌 교실로 오픈했다. 화가,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 강사로 나서 쉽고 재미있는 ‘예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최근에는 5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 종이접기를 했다. 문화강좌때마다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맛있고 세련된 브런치는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종종 이정희 큐레이터가 직접 기른 무공해 채소도 상에 오른다.
“아직도 갤러리 문턱이 높다. 앞으로 더 낮출 생각이다. 가까운 사거리에 마켓이 줄줄이 들어선다더라. 시장 바구니 들고 주부들이 많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 린 제이 갤러리를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좋은 그림, 좋은 음악, 좋은 사람들이 있는 갤러리가 바로 우리집 가까이 있다. 분주한 이민 생활에 나만의 비밀 공간 하나쯤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나? 가을엔 좋은 클래식 영화도 함께 모여 감상해 보자”
◇린 제이 갤러리(Lynn J. Gallerery)
▶주소:5731 Beach Blvd #201, Buena Park, CA 90621▶전시회 및 공연문의: 714-521-5700
하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