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물가 상승에 이어 주택 시장 회복세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바로 ‘가구 미형성 인구(missing households)’의 급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류 언론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가구 미형성 인구’란 경제적 이유로 누군가의 집에 얹혀 사는 미국인을 의미하는 용어다. 부모집에 함께 사는 청년층을 지칭하는 ‘캥거루 족’이나 친지 혹은 아는 사람의 집에서 방을 빌려 생활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가구 미형성 가구는 경기 침체 없이 가구형성률이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지금쯤은 주택을 소유하거나 스스로 집을 렌트해 생활하고 있어야 하지만 불경기에 따라 경제력이 저하되면서 주택 구입력을 상실했고 경기가 회복세를 돌아선 지난해에도 오히려 전년 대비 4%나 증가한 240만명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인 260만명(2011년)보다는 낮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의 90만명보다 3배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종합 포탈 트룰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18~34세 미국인 중 3분의 1에 가까운 31.3%가 지난 3월 현재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2012년 3월 당시의 조사치인 31.6%보다 낮아졌지만 2000~2007년 평균인 27.4%보다 여전히 높은 것으로 미 청년층의 상당수가 부모와 거주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주 미형성 인구의 증가는 잠재적 주택 구매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부동산 종합 포탈 트룰리아의 제드 콜코 수석경제학자는 “청년층이 경제난을 경험하면서 독립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며 “심지어는 안정적 직장을 얻고도 독립보다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누리는 안정된 생활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 미형성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상치에 도달하지 못한 주택시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구 미형성 인구에 포함되는 한인 K씨는 자기 집을 얻는 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 K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하면서 학비 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현재 월급으로는 집을 따로얻어 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여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결혼을 결정한 사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