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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북쪽 밸리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양 모 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이웃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소음과 연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로 차압된 주택이 빈 채로 방치되면서 밤이면 10대들이 이곳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며 파티를 벌이기 때문이다. 양 씨는 주민회의를 찾아 이웃집 문제를 주제로도 올려보고 경찰에도 신고를 해봤지만 다들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라 마땅한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 노동절 연휴,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이웃집은 물론 자신의 집 벽면에도 낙서가 가득했다.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신고할 수도, 보상을 받기도 어려워 직접 페인트통을 들고 낙서를 지워야 했다.
양 씨의 사례처럼 은행 차압 매물 중 방치된 채 버려져 있는 이런 ‘좀비 주택’이 최근 주택 시장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현재 미 전국에서 이렇게 방치된 좀비 주택의 수는 공식적으로 17만채(리얼티 트랙 집계 참조)로 집계됐다”며 “하지만 각 금융기관에서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은 주택을 모두 포함할 경우 좀비 주택의 수는 최대 100만채에 달한다는 것이 현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고 전했다.
좀비 주택의 문제는 단순히 주택이 방치된 채 놓여있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선 좀비 주택이 이웃에 있으면 주변 주택 가치가 작게는 수천 달러 많게는 수만 달러 이상 하락한다.
또 좀비 주택은 치안 문제도 일으킨다. 방치된 주택에 홈리스나, 마약/알콜 중독자, 그리고 10대들이 숨어들면서 시설을 파괴하거나 약물을 거래하고 심지어는 다툼에 따른 폭력사고나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부동산 브로커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차압주택을 어떻게든 빨리 처분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런 좀비주택은 일부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나 발견되곤 했다”며 “그러나 최근에 주택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주택 처분 문제를 고민하게 됐고 이것이 곧 좀비 주택을 양산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투자자과 올 캐시 바이어들이 정상매물까지 쓸어가는 상황이다 보니 실제 일반 구매자들은 살 주택이 없는 게 사실이다. 만일 은행들이 좀비 주택을 계속 버려둔다면 지나친 주택가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요소만 커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좀비 주택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만3966채로 가장 많았고, 웰스파고가 2만2968채로 그 뒤를 이었다. JP 모건 역시 1만6054채의 좀비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플로리다가 5만5503채로 좀비 주택 밀집 지역에 꼽혔고 캘리포니아 역시 최소 2만채 이상의 좀비 주택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