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게 없는 LA한인상의, 소통이 필요하다

LA한인상공회의소(LA한인상의)의 각종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7월 경선을 통해 케니 박 회장을 뽑아 출범한 제 37대 LA한인상의 회장단은 다양한 수익 사업 계획을 마련,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달성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의욕 넘치게 발표될 당시와 달리 2개월이 넘도록 아무 것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LA한인상의 40년사 편찬처럼 핵심으로 꼽힌 사업은 회장단을 지지하는 이사들 조차 반대하는 바람에 아예 백지화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신규 사업 뿐 아니라 비즈니스 엑스포 등 기존 사업의 계속성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어 신임 회장단은 자칫 정기 이사회 외에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식물 집행부’로 낙인찍히고 있다.
 
이 때문에 케니 박 회장의 리더십이 벌써부터 이사회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회장은 이사회가 번번이 추진사업에 제동을 걸자 회장단의 결정사항에 따라 실무작업 이행기능만 있을 뿐인 사무처의 무능을 탓하는 엉뚱한 책임전가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한때 커뮤니티 단체 가운데 가장 건실하게 기능하는 것으로 평가되던 LA한인상의가 37대 회장단에 이르러 총체적인 기능정지 상황에 처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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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옥스포드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LA한인상의 9월 정기 이사회 모습.
분열이라는 이름의 경선 후유증

지난 17일 열린 월례 정기이사회 참석자는 재적이사 92명의 1/3수준에 그쳤다.

 
지난 8월에 열린 이사회는 한인상의 이사 중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많아 같은 기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의류전시회인 매직쇼 참석이라는 이유로 참석율이 저조했다는 나름의 변명이 통했지만 9월 이사회 마저 참석율이 크게 낮았던 것은 아무래도 회장과 이사장 모두 경선을 치른 데 따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의 이사진은 두 차례 선거 이후 여전히 ‘내편, 네편’을 나누는 편가르기 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위해 낙선한 후보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별도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낙선 후보 지지자의 이사회 참여도가 부족한데다 심지어 내년 회장선거까지 준비하는 행태가 버젓이 드러나는 현실을 낳은 가장 큰 책임은 회장단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선 후 화합을 통해 대통합의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약속과 달리 선거 당시 반대편에 섰던 이사들과 회장단이 아직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반대파를 끌어 안기 위한 소통의 행보를 이어가기 보다는 당장 마음이 맞는 이사들과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통합은 커녕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진영논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

히스패닉 커뮤니티와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수익사업인 엑스포 사업을 비롯 주요 활동의 기능이 거의 중단될 상황이다.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엑스포는 준비 기간 부족 등의 이유로 11월로 한차례 연기된 이후 아예 내년 2월에나 개최가 가능하게 됐다. 이마저도 보다 구체적인 실무 논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한국프랜차이즈 엑스포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의 사업 파트너인 음식업중앙회와 사업적인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뒤늦게 프랜차이즈협회에 사업 제안을 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두 사업 모두 단체의 재정 안정화에 필수적인 사업이지만 순조로운 진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기 보다는 개최시기를 먼저 정하고 각 사업파트너에 일방적으로 일정을 맞추라는 식으로 주먹구구 방식을 일 삼다가 죽도 밥도 안되게 생겼다.

 
 LA한인상의 내부적으로 역할을 분담한 분과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 세부적인 조직별로 의사소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이사회 결정권

LA한인상의는 다른 한인 단체에 비해 가장 모범적인 운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평이 많았다. 물론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정관 외에 세부운영규정을 철저히 지켜왔다.

 
신규 사업 추진에 앞서 해당 분과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사회를 갖기 전 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는 시스템이었다. 이사회에 상정된다고 모든 안건이 통과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안건은 분과위와 운영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도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 부결되곤 한다. 17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지난 7월 이사회때 연간 사업계획안에 포함돼 통과됐던 상의 40년사 편찬 사업이 이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편찬 사업에 필요한 총 6만 달러의 비용 중 인력 충원과 자료 수집을 위해 당장 필요한 일부 자금은 전직 회장들이 단체의 장기 발전을 위해 모아둔 기금에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걸림돌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크게 반대한 이사는 경선 당시 케니 박 회장의 당선에 가장 큰 도움은 준 전직 회장 정주현 이사였다. 아무리 좋은 취지일지라도 규정에 어긋나면 언제든지 이사회를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얼핏 민주적이고 규정에 따르는 원칙성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실무분과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안건이 이사회에 참석한 회원(이사)의 그날 그날 감정과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저지 당할 수 있기에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으로 해결할까

LA한인상의 37대 회장단의 사업추진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선 당시 반대편에 섰던 이사회원들과 대통합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중론이다.

 
어쨌거나 민주적이라는 선거절차를 통해 구성된 집행부에 대해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몽니를 부리는 쪽이나 그들이 반대파라는 추정으로 등을 돌리는 쪽이나 유치하기로 따지면 오십보 백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적 합의과정을 통해 정한 경선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세는 가장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회장단 또한 1년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주려고 서두르기 보다 단체의 미래비전을 위해 기반을 닦는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더 중시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이사들도 적지 않다.

한 원로 전직회장은 “1년이라는 짧은 임기동안 흑자도 내고 번듯한 사업도 여러개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몇년전부터 새로 취임한 회장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한인 대표 경제단체라는 위상에 맞게 일회성 행사 보다 한인 상공인을 위한 중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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