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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왜 이런 강아지를 입양했냐고 묻지만….”
풀러튼에 살고 있는 케이와 피터씨 부부는 요즘 ‘커비’와 ‘미미’만 보면 흐뭇하다. 지난해 13년 간 기르던 애완견 ‘스노우 볼’이 죽은 후로는 차마 다른 강아지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스노우볼은 아기때 펫샵에서 구입했지만 사는 동안 애완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사람과 애완견도 가족이 되어 서로 살펴주는 사이가 될 수 있구나. 이쁘다고 기르고 귀찮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구나”
다시 펫샵으로 쇼핑 갈 엄두를 못내고 있던 부부는 어느 날 루디헤럴드와 웰컴홈 도그레스큐가 함께 벌이는 유기견입양캠페인을 알게됐다고 한다.
“신문에서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견들의 사진을 보니 스노우볼이 떠올랐다. 얘들도 우리같은 가족이 있었을텐데… 바로 웰컴홈에 연락하고 입양을 진행했다”
케이씨가 처음 원한 강아지는 미미(암. 시추종)였다. 그런데 웰컴홈 임시보호가정에서 커비(수. 푸들)를 보고는 함께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커비의 사연을 듣고 차마 발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커비는 원래 한쪽 눈이 사시인 장애를 가진 유기견이었다. 다행히 입양자가 나서 새주인을 만났지만 8개월 후 안구가 적출될 정도의 심한 학대를 받은 채로 다시 구조됐다. 새주인은 모르겠다고만 하며 다시 커비를 버리고 갔버렸다. 결국 커비는 한쪽 눈을 잃었다. 한국에서 장애견이 입양될 확률은 제로.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커비는 웰컴홈 도그레스큐에 의해 지난 7월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미와 커비를 처음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둘이 싸우면 어쩌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우리에게 마음을 안열면 어쩌나.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원래 자기들 집이었던 것처럼 깡총깡총 뛰며 잘 논다. 커비는 나와 남편 무릎을 제일 좋아한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셸터에서 구조된 미미와 한국에서 온 외눈박이 커비, 그리고 케이씨와 피터씨는 이렇게 가족이 됐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가롭게 산책을 할 때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다가왔다가 깜짝 놀라 묻는다.
“얘는 눈이 왜 이래요?”
“나쁜 사람이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가버렸대요”
그러면 더 사람들은 더 놀라 묻는다.
“그런데 왜 이런 강아지를 입양했어요?”
피터씨 부부는 미미와 커비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이 치유받고 있다고 말한다. 애완견을 기르는 즐거움이야 모든 애견인들이 알겠지만 유기견 입양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왜 커비와 미미를 데려왔냐고요? 누군가 얘들을 버렸고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으니까요”
현재 미국에서는 한해 800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고 400만 마리가 시설부족으로 안락사되고 있다.
▲웰컴홈 도그레스큐 홈페이지:welcomehomedogrescue.org ▲입양 및 임보 문의: cindy@Welcomehomedogrescue.org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