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피켓 든 목동주민들…“행복주택 지정 연기는 꼼수”

목동현대百 앞 건립반대궐기대회
“협의 진정성 없어…원점 재검토를”


“행복주택 지구지정 연기는 꼼수입니다. 성난 민심이 가라앉으면 정부는 또 발표할 겁니다. 절대 속지 맙시다.”

4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궐기대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목동행복주택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중심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길정우 국회의원(새누리당ㆍ양천갑), 김기준 국회의원(민주당ㆍ비례), 서울시의원, 양천구의원들을 비롯해 300~40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비대위는 목1동 주민자치위원장, 양천구 직능단체, 목동아파트연합회 등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모든 목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다. 이들은 목동 행복주택 지정 취소 및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퇴진을 주장했다.

비대위은 주장은 현재 목동에 아파트 9000여가구가 있는데 별다른 교통, 교육 여건 개선없이 또 목동에만 행복주택 2800가구를 건설하면 목동지역 전체가 과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허선혜 비대위 부위원장은 “오늘 국토교통부 장관이 와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행복주택을 지으면 잘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목동 행복주택에 반대하는 목동 주민들이 지난 4일 오후 목동현대백화점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 부위원장은 “목동유수지를 행복주택부지로 최초 선정할 때 과연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임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초기에 현장 답사라도 했다면 목동유수지를 주택부지로 지정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주택을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없이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신정호 비대위 위원장은 “일정조율 없이 오늘 갑자기 국토부 측에서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한 통 하더니 국토부 장관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며 “협의하자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길정우 의원은 “원래 행복주택 계획은 수년 뒤에 진행될 목동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함께 아파트 단지 안에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을 위한 행복주택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금 방식의 행복주택은 입주자를 별도의 행복주택 단지로 격리시켜 위화감을 줄 가능성이 높아 완전히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복주택이 건립되면 지역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목동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생각해서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는 게 아닌가”라며 “행복주택이 들어오면 목동의 교통, 교육 여건이 훨씬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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