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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 인근 글렌데일 시에 건립된 위안부 기림 조형물인 ‘평화의 소녀상’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텍사스에 사는 ‘T.M.’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이 올린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청원을 지지하는 서명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지난 3일. 이튿날인 4일 ‘S.H.’라는 이니셜의 네티즌이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을 보호해달라’는 제목의 청원을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반작용일 것입니다. 이 ‘소녀상 보호 청원’ 사이트는 개설된 지 5일째인 8일 지지서명자 수가 5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빠르면 10일께 10만명을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시민운동단체인 ‘가주한미포럼’측은 이같은 백악관 청원 대결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반응입니다.
가주 한미포럼 윤석원 회장은 “종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중에 일어난 폭력적인 죄악이라는 차원에서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하자는 방향으로 쟁점화돼야 한다”라며 “일본측이나 친일 인사들이 한-일 양국간의 민족적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술책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라며 ‘철거’와 ‘보호’를 내세운 청원 서명 경쟁을 경계했습니다.
글렌데일시의 건축커미셔너를 맡고 있는 한인 이창엽씨는 “소녀상 건립은 글렌데일시의 고유한 정책결정 권한에 따라 시의회의 결정으로 이뤄진 일이어서 연방정부가 관여하거나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며 “백악관 청원 보다 오히려 글렌데일 시 당국이나 시의원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과오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쟁점화될 때마다 감정적인 대응와 맞불놓기라는 이름의 대결구도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노림수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백악관 청원 대결을 계기로 한인동포사회가 소녀상에 대해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자성을 하게돼 그나마 다행이라 여깁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LA코리아타운에서 불과 8마일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30일 제막된 이후 반년 가까이 됐지만 소녀상을 찾아보았다는 동포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주말이면 한인들도 즐겨 찾는 갤러리아 쇼핑몰이나 아메리카나 몰에서 두어 블럭만 걸어가면 닿는 공원 한켠에 소녀상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백악관 청원 경쟁을 지켜보며 LA한인들만큼 마음이 편치 않은 한국인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소녀상에 헌화하기를 제안합니다. 한번씩 들러 꽃한송이씩 놓고 오는 게 어떨까요. 8일 오전 글렌데일 센트럴파크를 찾았습니다. 소녀상 옆에는 장식용 조화만 놓여 있더군요. 헤럴드경제 임직원들은 거기에 싱그러운 백장미 한송이씩을 바쳤습니다. 소녀상 헌화 캠페인의 시작인게지요.
소녀상 주변이 항상 꽃향기로 넘쳐나면 굳이 백악관에 청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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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바쳐지는 꽃을 보게되면 글렌데일 시민과 시의원, 시관계자들이 한인커뮤니티의 일상적인 관심과 애정을 실감할 것입니다. 그때 감히 누가 철거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있겠습니까.
아울러 소녀상 건립 지원을 결정한 글렌데일 시의원 5명에게 간단한 감사 편지도 보냅시다. 그들의 이메일 주소를 확인하시고 편지 문구 샘플(작은 사진)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렌데일 시의원 이메일 –> Contact Glendale City Council (citycouncil@ci.glendale.ca.us) Via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