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익숙함…장수에는 이유가 있다

▶ SBS ‘TV 동물농장’

고승희=동물들의 ‘리얼 버라이어티’에 숨은 ‘휴머니즘’ ★★★

정진영=연출이란 사실을 뻔히 알아도 즐거운 동물의 세계 ★★★☆

▶ KBS1 ‘TV쇼 진품명품’

고승희=“감히 이 작품에 값을 매길 수 없다”…가끔은 울컥 ★★☆

정진영=이만하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교양’ 프로그램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고승희=샘물도 마른다…조악하게 엮은 루머에 깊은 배신감 ★

정진영=미스터리는 과장과 각종 음모론이 들끓어야 제 맛 ★★★★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도 또 다시 드러눕고 싶은 일요일 아침. 하품을 하면서 무심코 집어든 텔레비전 리모컨으로 메뚜기 뜀뛰듯 채널을 오가다보면 어느새 졸음은 조금씩 걷히고 출출한 ‘아점(아침 겸 점심)’ 시간이 코앞이다. 이처럼 일요일 아침마다 각 가정에서 벌어지는 흔한 풍경 뒤에는 과하지 않은 배경처럼 익숙한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바로 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 KBS1 ‘TV쇼 진품명품(‘이하 ‘진품명품’)’ 등 일요일 장수 아침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35분에 방송되는 ‘동물농장’은 현재 지상파에서 유일한 동물 버라이어티로, 2001년부터 14년째 방송 중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교양 프로그램인 KBS1 ‘동물의 세계’와 비교해 ‘동물농장’은 다양한 동물들을 대중적인 구성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개성시대’ 코너를 통해 동물 시트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동물 이야기를 대중적인 구성으로 다뤄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동물농장’은 최근 학대 받는 동물 구조에 적극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농장’은 매주 예능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0위 권 언저리를 꾸준히 유지하며 어지간한 예능 프로그램 뺨 치는 인기를 과시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물농장’이 끝날 무렵인 오전 10시 45분부터 방송되는 ‘서프라이즈’는 미스터리 프로그램은 심야 혹은 여름에 편성해야한다는 상식을 깨고 2002년부터 13년째 장수 중이다. 특히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중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코너 ‘진실 혹은 거짓’, 불가사의하거나 기묘한 이야기들을 다룬 코너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포털 사이트 메인 검색어를 점령하는 온갖 ‘떡밥’의 원천이다. 또한 많은 신인들이 ‘서프라이즈’의 재연 배우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을 비롯해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등을 통해 각광을 받고 있는 샘 해밍턴은 ‘서프라이즈’로 얼굴을 알린 대표적인 연예인들이다. 이밖에도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등은 ‘서프라이즈’가 유행시킨 명대사들이기도 하다. 종종 다루는 이야기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긴 하지만, 화제성 하나만큼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 이상을 자랑한다. 


‘서프라이즈’가 방송 중인 오전 11시에 ‘진품명품’이 시작되면 집안에선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진다. 지난 1995년 첫 방송돼 올해로 방송 20년째를 맞은 ‘진품명품’은 고문서, 도자기, 그림 등 골동품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해주며 가치를 매기는 포맷으로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전국의 각 지역을 찾아가 지역민들의 소장 유물들을 감정해주는 ‘출장감정’은 매주 안방의 오래된 장롱 안을 뒤져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코너다. 특히 프로그램 종료 직후 바로 이어지는 ‘정오 뉴스’와 ‘전국 노래자랑’의 연결고리는 ‘진품명품’이 안정적으로 시청률 10%대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비결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세 프로그램 모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를 매우 풍부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구성이 매우 단순한데다 중간에 잠시 채널을 돌린다고 해서 이야기의 맥락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 좋다는 것도 장수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