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던록으로 한목소리…얼굴없는 가수라 더 행복하죠

온전히 음악으로만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은 뮤지션들에겐 축복이다. 얼굴이 알려져 일상에 제약을 받는 일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음악을 추구하면서도 대중을 사로잡는 일은 많은 뮤지션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치를 확보한 뮤지션은 매우 드문데, 혼성그룹 어반자카파는 이에 속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하나다. 멤버들 모두 나이답지 않은 뛰어난 작곡ㆍ프로듀싱 역량과 보컬 실력을 갖춘 어반자카파는 도회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세련미 넘치는 R&B 음악으로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다. 1년 만에 정규 3집 ‘03’을 발매한 어반자카파의 멤버 권순일, 박용인, 조현아를 헤럴드경제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1, 2집에 이어 3집까지 앨범 타이틀을 숫자로 지은 이유에 대해 권순일은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관통하는 멋진 표현이 없을 바엔 숫자를 앨범 타이틀로 정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했다”며 “숫자는 유행을 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의 음악도 유행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타이틀로 담겼다”고 말했다. 조현아는 “1년 사이에 가장 달라진 점은 우리가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라며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3집 역시 지난 1년 동안 자연스럽게 변화된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일기장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앨범엔 더블 타이틀곡 ‘코끝에 겨울’과 ‘다르다는 것’을 비롯해 ‘어떤 하루’ ‘말해봐’ ‘춤을 추다’ ‘우울’ ‘괜찮아’ 등 총 12곡(보너스트랙 포함)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전작의 감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사운드를 선보였다는 점이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가장 큰 음악적 변화는 타이틀곡에서 엿보인다. 공간감 넘치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코끝에 겨울’의 후반부 연주와 밴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다르다는 것’의 몽환적인 연주는 모던록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그루브를 살린 리듬 위에 감각적인 멜로디를 실은 R&B를 주 무기로 내세웠던 그간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눈에 띄는 변화다.

정규 3집 ‘03’을 발매한 혼성그룹 어반자카파. 왼쪽부터 멤버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조현아는 “우연의 일치지만 멤버들 모두 비슷한 시기에 모던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등의 밴드 음악을 즐겨들었다”며 “일부러 콘셉트를 모던록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서로 비슷한 곡들이 나와 놀라웠다”고 전했다. 박용인은 “얼마 전 교통사고를 크게 겪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이 멤버들이었을 정도로 우린 서로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각별한 사이”라며 “각자 곡을 만들고 편곡하면서도 모아놓으면 정서적인 일관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서로를 잘 알고 있고 또 신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별것 아닌 농담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나 음원과 공연계의 강자인 이들을 알아보고 시선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메이저 신과 인디 신에서 고루 러브콜을 받는 실력파 뮤지션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조현아는 “함께 여행을 다니고 왁자지껄 떠들며 술을 마셔도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음악적 자유를 준다”며 “앞으로도 주목 받는 스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음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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