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15살 이상 미국인 가운데 6%가 일종의 사금융인 ‘계’(契)를 하는 것으로 집계돼 ‘계’가 ‘대안 금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뉴스쿨대학의 도시공학 교수 리사 서븐은 최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자료를 인용,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미국에서 은행계좌를 갖지 못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8%(2천50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인 가운데 6천800만명은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 사금융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계’를 하는 미국인도 많이 늘어나 2011년 기준 15세 이상 미국인 중 6%가 일종의 사금융인 계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라틴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계는 미국에서 ‘RoSCA’(Rotating Savings and Credit Associations)라고 하는데 10∼15명이 매주 일정액을 모아 한 명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계와 같은 방식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은행계좌를 갖지 못하거나 계 등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용기록이 좋지 않거나 ‘불법 이민자’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의 통념이었으나 실제로는 ‘터무니 없이 비싼’ 은행 수수료가 주된 원인이라고 서븐 교수는 지적했다. 은행을 쓸 수 있는 사람들마저도 수수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입출금계좌로 이자가 없는 ‘체킹 어카운트’의 수수료는 무려 평균 25%나 올랐다.
2009년 체킹어카운트 가운데 76%는 수수료가 없는 계좌였는데 2011년에는 불과 39%만 무료다. 심지어 은행들은 체킹 어카운트의 평균 잔고가 수천 달러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벌금까지 매긴다. 평균 잔고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할 때 무는 벌금 형식의 수수료는 평균 32.74달러 수준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상당수 미국인이 은행계좌 사용 대신 사금융, 심지어 계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븐 교수는 계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한 사람으로서는 낮거나 또는 무이자로 돈을 쓸 수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사회적 연대’ 수단으로 계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계와 시민·사회 단체 일부에서는 계를 ‘마이크로 파이낸싱’과 연계시켜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