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아이들 순수함 퇴색…엄마·삼촌·조부모 등장엔 거부감

“엄마는 왜 나와” 가족등장에 심기불편
아이들 광고출연 상업성도 우려

시청자들 출연진 캐릭터에 감정몰입
개편하더라도 대폭 교체는 신중해야

육아예능, 가족예능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육아예능은 아직 인기있는 아이템인 건 사실이나 부정적인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MBC ‘아빠 어디가’는 올내로 종료하고 시즌3로 만들기 위한 개편을 논의중이다. 후발주자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비해 시청률이 많이 밀리기 때문에 내린 조치로 보여진다.

하지만 육아예능은 선두주자나 후발주자 할 것 없이 지금 기로에 놓여있다. 초심을 잃지 않아도 노출이 잦아지면 식상해짐을 피할 수 없는데, 초심과 방향까지 잃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와의 여행과 아빠의 육아를 통해 티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의도하지 않은 순수함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게 육아예능 존립의 근거다. 이 점은 제작진이 짜고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관찰예능에서 구현되기 좋다.

육아가족예능은 아빠와의 여행과 아빠의 육아를 통해 티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의도하지 않은 순수함을 보고 싶어하는 게 존립의 근거다. 사진은‘ 아빠 어디가’의 가족체육회 모습.

하지만 타블로의 딸 하루 등 육아예능에 출연하는 아이들이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상황에서 순수함이 퇴색되고 상업적인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런 점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업성이 드러난다.

이런 일을 만든 건 물론 어른들이다. 그래서 육아예능은 초심을 지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아이들은 착하지만 연예인화도 함께 진행됐다. 유기견을 대하는 ‘아빠 어디가’ 2기의 맏형 윤후는 너무 어른스럽다.

그런 점보다 더 큰 문제는 엄마 등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의 등장이다. 하루의 엄마 강혜정, 이휘재의 아내가 출연하는 데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엄마들이 출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엄마들의 잦은 출연은 엄마 없이 아빠가 아이를 48시간 돌본다는 ‘슈퍼맨’의 기획의도를 훼손하는 일이다. 송일국의 세 아들 삼둥이 엄마는 거의나오지 않아 좋은 반응을 얻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휘재와 타블로의 육아는 이제 보여줄 것을 거의 다 보여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엄마와 외삼촌, 조부모까지 등장하니, 시청자의 심기가 편치 않다. 아이를 내세워 뭔가를 노리는 어른들의 문제점을 인식한 시청자들의 정서는 반감 이상이라는 점을 제작진이 알아야 한다.

‘아빠 어디가’의 개편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출연진을 대폭 교체하고, 여행이라는 포맷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게방향인 듯하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변화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의식한 개편으로도 볼 수 있다. 자칫 원조가 짝퉁을 따라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당장은 ‘슈퍼맨~’이 ‘아빠~’에 비해 더 넓은 걸 담을 수 있어 유리한 입장이지만, ‘아빠~’도 자신만의 강점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간의 소통, 아이들의 성장 외에도 아이들간의 조합과 아빠들간의 조합도 중요한 요소다. 이들간의 조합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보여주기 힘든 차별 포인트다. 안정환과 김성주, 류진이 송이버섯 하나를 가지고 나눠먹기 위해 판을 키우는 재미를 주는 모습은 ‘슈퍼맨’에서는 나올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아빠’는 최근 이런 강점들을 포기하고 각자 여행 가는 포맷을 주로 보여주었다.

‘아빠 어디가’는 코너별로 나눠져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비해 지속성과 캐릭터의 특성이 훨씬 잘 부각된다. 이런 예능에서는 멤버 교체가 자칫 치명적일 수가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에서 멤버 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가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완전히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이듯이, ‘아빠 어디가’도 출연자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출연자가 하차하면 시청자도 그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게 된다면 ‘아빠 어디가’는 처음부터 나온 윤후를 보는 것과 나중에 들어온 멤버들을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성동일-성준 이종혁-준수 부자, 송종국-지아 부녀 등1기 멤버들의 관계나 이야기가 아직 머리에 많이 남아있다. 2기 멤버들은 1기에 비해 캐릭터의 특성이 잘 안 잡히고, 스토리, 관계 형성도 약한 편이다. 따라서 ‘아빠 어디가’를 시즌제로 하는 건 좋지만 출연자 교체는 신중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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