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아까웠던 통일부 장관 LA기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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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LA총영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주 LA를 찾았다. 뉴욕, 워싱턴을 거치며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정책 방향을 논의했던 류장관은 5박 6일간 방미 일정의 마지막 코스로 LA를 들렀다.

11일 오후 늦게 LA에 도착한 류장관은 12일 오전 USC한국학연구소에서 한국학 및 한반도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더니 오후에는 LA총영사관 회의실에서 동포언론과 만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예상대로 기자간담회는 그저 마지못해 치르는 통과의례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장관이 한국 영토 밖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이 모여사는 LA를 찾았는데 현지 언론과 접촉도 안하고 그냥 가기가 뭣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참으로 두리뭉실한 이야기만 오갔다. 장관으로서 말 조심해야 하는 자리였는 지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말을 돌리거나 회피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면 “너무 구체적”라고 피하고, 학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던진 질문에는 “학자의 의견에 장관으로서 뭐라고 하기 어렵다”라며 입을 닫았다. 그러더니 “남한이 북한과의 통일에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통일은 하고 싶다고 하고 안하고 싶다고 안하는게 아니다.꼭 해야한다”라며 질문과 거리가 먼 초등학생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자리가 파하고 나서 취재수첩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도무지 기록할 만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바쁘고 고단한 장관 나리나 국회의원들이 동포사회를 찾았을 때 총영사관은 특별한 아젠다가 없다면 그냥 소리없이 스쳐 지나가도록 잘 안내하길 바란다. 동포들에게 전달할 만한 유의미한 내용도 없으면서 간담회를 마련한 뒤 귀국한 다음에는 ‘동포들의 현안을 청취하고 고충을 파악했다’는 따위로 포장하는 데 이용하려고 역시 바쁘고 고단한 지역사회 기자들의 시간을 빼앗지 말라는 말씀이다. 한국의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알맹이없는 동포간담회가 고쳐지지 않는 까닭은 동포사회를 무시하기 때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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