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닭강정] LA에서도 닭강정 인기가 무섭다

매운강정03

제임스 아저씨는 미국으로 이민 온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어쩌다 만나면 이상한(?) 한국말로 사람들을 웃겨준다. 몇십년이 지나는 동안 없어져 버린 말을 쓰기 때문이다.

아저씨 : 얼마 전에 목간통에 갔다 왔는데 변소를 청소를 하지 않아서 위생상태가 엉망이야.

나 : 예?? 목간통에 갔다 오시다니요??

아저씨 : ** 목간통 말야. 여기서는 ** 스파라고 하지만 말이지. 목간통에서 파는 음식이 시원치 않아서 벤또를 싸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나 : 예?? 아직도 벤또라는 말을 쓰세요?? 하하하~ 한국에서는 이미 쓰지 않은 지 한참된 것 같은 말이네요.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기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요.

이 정도는 그럭저럭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제임스 아저씨의 안테나는 한국 정치에 다 가있어서 살짝 긴장된 상황도 만들어 낸다. 아저씨가 미국으로 건너 오기 전에 한국은 아마도 반공 교육을 과다하게 시킨 것 같다. 미국으로 온지 얼마되지 않은 한국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극보수이다. 모임에서는 굳이 이런 화제를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우연찮게 한국 정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아저씨 : 한국에 있는 빨갱이 **들을 다 쓸어 버려야 돼. 그 놈들이 대한민국을 망쳐 놓는다니까.

남편 : 현정부에 반대 의견 좀 낸다고 다 빨갱이라고 하면 곤란하죠.

남편이 말참견을 하게 되자 제임스 아저씨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한국 빨갱이(?)들을 성토한다. 미국 땅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같이 흥분을 한 남편도 우스워서 슬쩍 옆구리를 꼬집었다. 남편도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껄껄 웃으면서 좋게좋게 대화를 마무리 하였다. 우습기도 하지만 많은 나를 비롯한 미주 교포들은 이민 온 시간부터 한국 시계가 멈춘 것 같다.

●맛있는 재료

닭고기 Chicken) 2파운드, 우유(Milk) 1컵, 전분(Starch) 1컵, 계란 흰자(Egg White) 2개, 고구마(Sweet Potato) 1개, 떡복이 떡 필요량

▲소스 재료

고추장(Red Pepper Paste) 4 큰술, 설탕(Sugar) 2큰술, 물엿(Starch Syrup) 4큰술, 타바스코(Tabasco) 2큰술, 케첩(Ketchup) 4큰술, 다진 마늘(Minced Garlic) 필요량, 매실청 약간

●만들기

1.분량의 닭고기는 껍질과 기름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믹싱 볼에 손질한 닭고기를 넣고 분량의 우유를 넣고 30분 정도 재워 닭비린내를 제거한다.

2.다시 흐르는 물에 닭고기를 씻고 밑간을 해 실온에 재워둔다.

3.커다란 믹싱 볼에 분량의 전분, 흰자, 물을 붓고 골고루 섞는다. 어느정도 섞였으면 밑간을 해두었던 닭고기를 넣고 잘 섞어 튀김옷을 입힌다.

4.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충분히 달구어지면 튀김 옷을 입힌 닭고기를 바삭하게 튀겨준다. 한번 튀겨낸 닭은 다시 한번 튀긴 후 체에 받쳐 기름을 제거해 놓는다.

5.분량의 떡볶이 떡을 끓는 물에 적당히 삶아 놓고 고구마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튀겨 놓는다.

6.달구어진 팬에 미리 섞어 놓았던 양념장을 넣고 한소큼 끓여 준다. 양념장이 끓으면 튀겨 놓았던 닭고기와 튀긴 고구마, 떡볶기 떡을 넣고 골고루 섞어 닭강정을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설탕의 양을 추가하여도 무관하다. 고구마와 떡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정량보다 더 많은 떡과 고구마를 추가하였다.

LA와 OC에서도 닭강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유명 치킨 전문점에서 메뉴 컨설팅을 의뢰해 왔다. 기존 메뉴 이외에 여기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닭강정을 메뉴에 추가하기로 하였다.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닭강정 잘 한다는 식당 몇군데를 정하여 맛을 보았다.

이곳에서 파는 대부분의 닭강정은 단맛이 너무 강하여 먹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 대부분이 1.5세대나 2세대의 젊은 사람들이니 여기에 맞출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메뉴를 추가하기 전 주고객층인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너번의 시식회를 진행하였다. 결국 메뉴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단맛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단맛을 강하게 하여 <닭강정>을 새메뉴로 내니 주문이 폭주한다. 세월이 가면 유행도 바뀌지만 입 맛도 바뀌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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