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 소속사 뮤직앤뉴는 23일 입장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이수의 강제 하차는 방송사 제작진과 사전에 협의하였거나, 제작진 측으로부터 미리 전달 받은 내용이 아니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수의 방송 활동을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대중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다.
이수측은 ‘강제 하차’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MBC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두 번 당한 셈인 이수에게 동정론 비슷한 것도 생길 법하다. <‘나가수3’가 두 번 죽인 이수, 비난을 예상하지 못했나?>는 논조의 기사들은 그런 상황들을 반영한다.
심지어 이번 결정을 MBC의 ‘갑질‘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MBC가 최근 권성민 PD 해고 결정 등에서 ‘갑질’의 이미지가 느껴지며 신뢰가 떨어진 면은 있지만, 이수의 하차 결정은 ‘갑질‘과는 무관하다.
‘나가수’ 제작진이 녹화를 해놓고, 잘라버리는 자체가 방송사로는 엄청난 손실이다. 작게는 이수(의 회사)와 방송가와 관계가 악화될 것이다. 제작진이 이수를 열심히 섭외해놓고 출연까지 시켜놓고 자른다는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MBC가 이수를 하차시킨 건 대중정서를 읽어서이다.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막상 돌파하려니 엄청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MBC는 대중의 저항에 굴복한 셈이다. 이수를 하차 시킨 것은 MBC의 높은 사람 몇 명의 결정이 아니라 시청자의 힘이다. 상황이 급한 나머지 이수측에 협의하고 통보하는 절차 없이, 바로 하차관련 소식을 보도자료로 뿌린 절차상 하차는 MBC가 비난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수 하차는 대중이 결정한 것이다. 그게 이수의 ‘나가수‘ 하차 사태의 본질이다.
이수와 관련된 논란과 이슈가 ‘나가수‘의 본질을 덮어버린다면, 어느 정도는 필요한 ‘노이즈 효과’를 너머 프로그램의 본질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MBC 예능국이 파악했다. 그래서 이수의 출연에 이어, 녹화까지 해놓고 하차시키는 또 한번의 ‘무리수’를 강행하게 됐다.
이번 일로 이수측도 잃을 게 없다. 이수는 그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면 얻어맞아야 한다. 그런 참회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갑자기 가수들도 부러워하는 지상파의 ‘나가수‘에 출연한다면, 논란이 안생길 수 없다. 이수는 이번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잠시만 안녕’이라는 선곡도 잘한 것 같다. 이수 하차 사태는 그 과정들이 꼬이고 무리수가 있었지만, 양 측이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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