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1회 5.8%, 2회 4.8%, 3회 6.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고 화제성이 높고 참신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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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스튜디오)에서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하는 방송에 익숙한 중년 시청자들은 요리하다가, 갑자기 체조하고 있고, 또 방을 옮기면 야구와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고, 또 인생과 연애상담을 하는, 그런 정신분산형에 익숙하지 못하다. 하지만 중년들에게는 집중 안되는, 이 산만한 콘텐츠가 젊은이들에게는 딱이다.
김영철과 강균성, 홍진영은 요즘 지상파 예능에서는 ‘대세‘라고 할만큼 잘나간다. ‘오버맨‘ 김영철은 ‘진짜 사나이’에서 표정만으로도 웃기며, 강균성은 논리를 갖춘 입담과 한 단계 더 나아간 성대모사로 재미를 뽑아낸다. 홍진영도 항상 ‘업’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마리텔’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김영철은 영어를 가르치며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고, 홍진영은 고기를 굽다가 노래를 불렀으며, 강균성은 인생상담을 해주었지만 소통이 쉽지 않았다. 새로 합류한 래퍼 산이는 랩을 들려주었지만 ‘노잼’ ‘더럽게 재미없네” 소리를 들어야 했다.
‘마리텔’ 연출자인 박진경 PD에 따르면, 이들이 고전하는 것은 이들 연예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강력한 상대인 요리사 백종원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방송에서 요리가 강세이기도 하지만 ‘백주부’ 백종원은 오랜기간 사업을 하면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화면에 뜨는 영어로 된 ID는 기억을 잘 못한다고 하지만 젊은 층의 코드도 잘 알고 있다. 박 PD는 “큰 기대는 안했는데, ‘마리텔’에 최적화된 사람이 초반에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원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종반까지도 초아와 홍진영 등에 밀려 계속 4위에 머물고 있었다. 백종원이 말도 재미있게 하고 요리도 잘하며 직접 해먹을만한 요리종류를 확실하게 제시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종료 5분전에 1위를 달리던 초아를 누르고 역전승을 거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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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TV 시청자들은 젊은 남자들이 많다. 그러니 예쁜 여성 출연자는 유리하다. 거기에 몸매가 좋은 미식축구 스트렝스 코치인 예정화는 금상첨화다. 처음 들어오자 마자 3위권을 유지했다. 남자 PD를시범조교로 불러 밀착운동을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 시청자들은 설렌다. 김구라는 ‘뒤태종결자’ 예정화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입고나오면 반칙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맞다. 반칙이다.
인터넷 방송이 대단한 콘텐츠를 원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농담따먹기 식으로만 갈 수는 없다. 확실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는 백종원이 가장 유리하다. 백종원이 게스트 한 명 없이도 계속 1위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칼로리 폭탄 토스트 요리, 소주 모히트, 비빔국수 양념장, 두부로 만드는 콩국수, 크림 파스타, 까르보나라 등등 ‘부엌의 만수르’임에는 분명하다. ‘설탕중독자’, ‘MSG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도 소통을 하면서 요리한다. 2~3위권인 김구라도 야구해설가 허구연과 역사 강사 이다지를 초대하는 등 토크 주제를 살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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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는 특기를 보여주면서 소통하는 ‘멀티태스킹’이 안돼 애를 먹었다. 혼자 발레를 하고 AOA 동료 지민을 게스트로 초대했으며, 전자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다 키타 줄이 끊어져 난감해했다. 강균성도 성대모사 등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확실한 콘텐츠가 없이 맥락 없는 개그와 토크만으로는 10분을 채우기도 힘들다. 사설을 늘어놓아 조금만 재미 없어지면 채널은 바로 돌아간다.
‘마리텔’에서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별로 유리하지 않다. 일반인 전문가가 더 주목받는 형국이다. 하지만 예쁜 여자 연예인이 디저트 케익을 만들거나, 빵을 굽는 데 도전하는 영상을 보여준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마리텔’은 준비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편집해 보여주는 기존 예능과는 달리, 3시간을 혼자 기획, 연출하며 스스로 뭔가를 해내야한다. 웹캠 앞에 앉은 다섯 스타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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